"스마트 수술실이 만드는 작은 차이가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안기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민석기 이대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스마트수술실로 인해 체감상 수술시간이 5~10%정도 줄었다.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작은 차이가 환자에게는 크게 다가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마트 수술실의 등장이 외과 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대서울병원은 올해 국내 최초로 '스마트 수술실'을 도입했다. 올림푸스사의 ‘엔도알파’에 기반한 스마트 수술실에서는 각종 복강경 시스템, 소작기, 기복기 등의 의료기기 제어와 영상 송출 등 일련의 작업을 네트워크상에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의료진이 한 자리에서 간편하게 스마트 터치 패널로 수술기기 전반을 조정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모니터와 의료 장비 등을 천정으로 올려 바닥에 걸릴 수 있는 전선과 튜브 등을 최소화했다. 또 수술실 모든 벽면에 미세한 세균을 차단해주는 고가의 마감재 블루글라스로 구성한 것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의료진이 수술에 집중하기에 보다 수월해졌다는 것이 민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기존에 간호사들이 왔다갔다하며 수술기기 등을 조정했다면, 스마트수술실에서는 중앙에서 모든 컨트롤이 가능하다. 또 집도의가 자신의 각도에 맞게 모니터 등을 조절할 수 있어 의료진에게 편안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동작이 줄어드니 안전사고를 줄이고, 수술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수술실 구축 단계부터 참여한 민 교수는 "고가의 블루그라스를 수술실 벽에 붙이는 것, 수술실 중앙 컨트롤을 한 곳에 모으고, 수술기기 등을 천정으로 올리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논의해왔다"며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차이가 환자에게 최상의 결과를 가져다줄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환자 안전이 스마트 수술실 도입의 가장 큰 이유였다"고 했다.
스마트 수술실의 가장 큰 강점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는 복강경을 사용하는 최소침습수술, 즉 영상을 보면서 시행하는 수술에 특화되어 있지만, 앞으로 보완 및 개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천정에 설치된 펜던트에 로봇을 등 다양한 수술 의료기기를 장착시키거나 수술보조자 역할을 보다 강화시킬 수도 있다. 외과 의사 1명이 모든 수술을 주관하는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수술실 내에 수술자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면 향후에는 어시스트하는 인력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술시간 단축도 가능하다. 또 최근 외과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이 수술인원 축소다. 과거 의사 4명이 수술하던 것을 현재 두 명이 담당한다. 이에 비춰보면 앞으로는 의사 혼자하는 수술도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지금보다 스마트수술실이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고, 규제도 뒷받침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마트 수술실이 기존에 비해 아주 새로운 종류의 변화는 아니라고 했다. 현 단계의 필요한 점과 단점을 개선한 수준이기 때문에 수술 의료진이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다. 민 교수는 "지금의 스마트 수술실은 공중전화를 쓰다가 바로 스마트폰으로 뛰어넘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다. 환자안전, 감염문제, 의료진의 편의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개선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의료진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수술실'은 다가오는 고령사회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민 교수는 "미래의 고령 환자들은 지금보다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한 상태에서 수술방에 들어올 것이고 수술은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며 "스마트수술실도 이같은 변화에 대한 고민과 준비의 일환이다. 수술시간을 단축하고 감염예방에 기여하는 작은 차이가 고령 환자들에게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