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등 노동 현안을 둘러싸고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4일 논평을 통해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며 자신의 저속한 노동관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톨게이트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며 뜬금없이 정부의 위장도급 범죄 피해자에 대해 위로는커녕 악담을 했다”며 “개인으로서 노조 지도자와 조합원이 노동조합과 다른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근거도 없는 황당한 발언을 늘어놓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천박한 노동관을 가진 인사들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를 가득 채우고 있다”며 “한국이 로봇 자동화 비율과 규모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차지하며 고용과 노동 없이 질주하는데도 정부차원의 아무런 고민과 대책 없이 ‘산업혁명’으로 찬양하기에만 바쁘다”고 질타했다.
앞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대해 “노동시간은 어차피 줄여나가게 돼 있다”며 “어떤 속도로 줄여갈지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하면 동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존 산업의 개념과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톨게이트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속도 조절과 맞닿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실시 등 노동친화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부작용 우려 등으로 인해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2020년 최저임금을 2019년보다 2.9% 오른 8590원으로 의결했다. 인상률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전년 대비 인상률이 16.4%에 달했다.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였다.
주 52시간제 또한 탄력근로제의 확대로 무위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탄력근로제는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의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정기간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노동시간에 맞추는 방식이다. 즉, 일감이 몰리는 기간에는 오래 일을 하고 업무가 없을 때는 노동시간을 줄이게 된다. 특정 기간에 과도한 업무를 수행할 여지가 있다.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 11일 단위 기간을 최대 6개월로 확대하는 법안을 최종 의결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계와의 관계 개선이 예상됐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017년 대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의미가 크다”며 “문 대통령이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선언과 약속에 주목한다.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논평을 냈다. 문 대통령도 “노동계가 국정운영의 파트너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다”며 노조와의 대화를 강조했다. 호전되는 듯 보였던 관계는 정부의 최저임금 속도조절,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무산 등으로 삐걱대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4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며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