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폐암, 10명 중 9명은 비흡연자...'설마'에 진단-치료 놓칠수도

여성 폐암, 10명 중 9명은 비흡연자...'설마'에 진단-치료 놓칠수도

'흡연'기반 기존 폐암, 비흡연 여성 폐암과 양상 달라

기사승인 2019-10-15 03:00:00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 폐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2000년 3592명이었던 여성 폐암 환자가 2016년에는 7990명을 넘어섰다. 1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남성 폐암 환자의 10명 중 9명은 흡연자인 것에 반해, 여성 폐암 환자는 10명 중 9명이 한 번도 흡연한 경험이 없는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폐암학회가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해 2002~2017년까지 폐암 진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13만6641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폐암 환자의 34.6%가 비흡연 폐암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폐암 환자의 87.5%는 비흡연자였다. 여성 폐암환자 10명 중 9명은 흡연과 관계없이 발병한 셈이다. 흡연은 폐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있다. 남성 폐암 환자의  86.5%가 흡연자인 사실과 대조적인 결과다.   

다행히 비흡연 폐암 환자는 흡연력이 있는 환자보다 치료 효과와 예후가 좋다. 학회가 같은 기간 전체 비흡연 환자와 흡연 환자의 폐암 사망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흡연 환자의 사망위험도가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흡연을 했더라도 현재 담배를 끊었다면 사망위험도는 다소 줄어든다. 과거 흡연자의 경우 폐암사망위험도가 6% 증가하지만, 현재 흡연을 하고있는 폐암 환자의 사망위험도(29% 증가)보다는 낮다.

흡연상태에 따른 폐암 사망위험도의 차이는 여성 환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여성 폐암환자 가운데 흡연자의 사망위험도는 7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거 흡연자의 사망위험도는 34% 증가하고, 현재 흡연자는 110%나 사망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태 대한폐암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은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담배를 전혀 피운 적이 없는 비흡연여성폐암 환자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며 “흉부외과 의사로서 실제로 본인이 수술하는 폐암환자의 30~40%가 비흡연 여성 환자”라고 지적했다.

여성 폐암 환자 가운데 비흡연 환자의 수가 두드러지는 현상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미국 그리고 유럽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비흡연여성폐암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흡연에 의하여 발생하는 폐암을 기준으로 수립된 이제까지의 방법과는 다르게 새로이 정립되어야 한다"며 "국민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연구를 통하여 비흡연여성폐암을 정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준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회 위원장(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은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증가 원인으로 '고령화'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19세 이상 여성의 흡연율은 2017년 기준 6.0% 정도로 매우 낮고, 만 19세이상 비흡연여성의 가정실내 간접흡연 노출률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음에도(2005년 24.1%, 2017년 6.3%) 여성폐암이 증가하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도 중요한 인자의 하나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 엄중섭 교수(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는 “흡연여성폐암에 비해 비흡연여성폐암 환자는 진단 당시에 전신건강상태가 좋고, 폐기능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며, 폐암 초기인 1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 완치목적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라고 분석했다.

엄 교수는 또한 “진행된 폐암에서도 비흡연여성폐암 환자에서 표적치료제 등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의 비율이 많아, 전체적으로 생존기간도 길다는 점을 확인했다, 폐암에 진단이 되었더라도 비흡연여성이 흡연여성보다 예후가 훨씬 좋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경우, 평소 '폐암'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 진단-치료 시기가 늦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계영 건국대병원 정밀의학폐암센터 소장은 "비흡연여성에서 발생한 폐암도 절반에 가까운 환자가 진단 당시에 이미 전이가 발생한 4기 폐암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이는 비흡연여성들에게 폐암 검진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유방암, 자궁암에 비해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 생애전환기라 할 수 있는 50세 전후 갱년기에 첫번째 저선량 CT 검진을 받고, 매 5년 혹은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3년에 한 번 정도 검진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국내에서도 비흡연여성폐암에 대한 홍보 및 검진 프로그램에 대한 권고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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