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 사는 크리스토퍼 브랜들(Christoffer Brandel·23) 씨는 지난해 여름, 서울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로 메일을 보냈다. 독일에서 오목가슴과 새가슴을 교정하기 위해 받은 수술이 실패해 재수술할 병원을 알아보던 그였다.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서라면 머나먼 땅 스웨덴에서 한국을 찾는 것쯤은 문제되지 않았다.
오목가슴과 새가슴이 복합된 흉벽기형이 있던 그는 가슴뼈 모양을 바로잡고 호흡 불편과 등·어깨 통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년 전 독일에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독일에서 받은 수술은 결과가 좋지 못했다. 수술한 지 한 달쯤 지나자 전처럼 숨쉬는 것이 불편했고 어깨와 등 통증이 다시 찾아왔다. 더군다나 가슴뼈를 교정하기 위해 삽입한 고정막대가 약간씩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재수술이 절실했던 브랜들 씨는 오목가슴·새가슴 수술의 세계적인 권위자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박형주 교수의 수술법과 세계 최고 실적을 접했다.
오목가슴은 가슴의 선천성 기형으로 앞가슴 연골과 흉골의 발달 이상으로 가슴이 오목하게 들어간 상태를 말한다. 외국 통계에 의하면 1000명 출생 당 1명 발생하는 가장 흔한 선천성 흉벽기형이다. 가슴뼈가 볼록 튀어나온 상태가 새가슴이라면, 움푹 들어간 가슴이 오목가슴이다. 함몰된 가슴뼈가 심장과 폐를 압박해 기능장애를 가져오고 미관상 문제를 초래한다.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박형주 교수는 오목가슴 수술에서 세계 최고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박 교수가 창안한 오목가슴 형태분류법은 미국에서 발행되는 외과학 교과서에도 게재되어 있다. 비대칭형 수술법, 성인 오목가슴 수술법, 새가슴 수술법 등 최초로 복합기형 오목가슴/새가슴 수술법의 이론을 정립하는 등 18가지 환자 맞춤형 수술법을 개발해, 단순한 오목가슴 수술을 넘어 비뚤어진 가슴까지 바로잡는 고급 흉벽성형 수술법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들 씨는 박형주 교수에게 수술받기로 결심하고 올해 4월 한국을 찾아 박 교수와 수술법과 일정 등을 의논했다. 직장 문제로 다시 본국으로 돌아간 그는 10월 2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브랜들 씨의 재수술은 쉽지 않았다. 고심 끝에 박 교수는 브랜들 씨에게 자신이 개발한 독창적인 흉벽 개형술(chest wall remodeling)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오목가슴 교정을 위한 너스수술법은 국내외에서 많이 시행되어 왔지만 새가슴이나 복합 기형은 고칠 수가 없었다. 이에 박 교수는 새로운 흉벽 개형술(chest wall remodeling) 수술법인 ‘샌드위치 수술법’을 개발함으로써 복합 흉벽 기형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수술법은 오목가슴, 새가슴을 한꺼번에 교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양 옆구리에 1cm 정도 작은 피부절개를 한 후 교정용 금속막대를 삽입해 함몰된 가슴뼈는 올려주고, 동시에 돌출된 뼈는 눌러 줌으로서 복합 기형을 교정하는 것이다. 금속막대를 2~3년 후 제거함으로써 시술이 종료되고 이후 정상 흉곽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그간 흉벽기형 수술의 문제점은 삽입된 금속막대가 고정되지 않고 움직여 수술이 실패하거나,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빈발하는 것이었다. 이에 박 교수는 교량판을 이용한 새로운 막대 고정법을 개발해 막대가 움직이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Park Technique 수술법’을 개발했다. 2013년부터 1000명 이상의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막대회전율 0%, 수술성공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뼈 골격이 완성된 상태라 교정이 어려운 성인 환자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브랜들 씨의 수술은 다행히 무사히 끝났다.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합병증 없이 빠르게 회복해 수술 5일 만인 10월 7일 무사히 퇴원했다.
브랜들 씨는 처음에 독일에서 수술받고 고생한 것과 무척 대비되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독일 병원 중환자실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한 달 만에 퇴원했다는 브랜들 씨는 “박형주 교수님이 완벽한 수술을 해주셔서 기쁘고 감사하다”며 “박형주 교수님의 수술법이 널리 알려져, 오목가슴이나 새가슴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성공적인 수술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처음 외래에서 만났을 때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며, “복합 기형이라 성공 보장이 어렵고, 재수술로서 합병증의 위험성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환자가 오히려 제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면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라고 독려해 수개월 간의 숙고 끝에 수술이 성사됐다”며,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가 좋은 결과를 가져온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브랜들 씨는 어려움을 같이 극복한 동지 같은 마음이 들어 더 정이 간다”며, “오목가슴과 새가슴이 생명이 단축되는 질병은 아니지만 개인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살아 갈 날이 많은 젊은이가 자신감을 가지고 행복한 생을 누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형주 교수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너스수술을 시작한 이래 국내 오목가슴 환자의 약 70%를 수술하고 있다. 현재 3200여건의 막대삽입술, 2500여건의 막대제거술 등 총 5700례 이상의 오목가슴/새가슴 수술건수로 국내는 물론, 세계 최다 수준의 수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세계흉벽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학회 고문으로 세계 흉벽외과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박 교수는 국내외 의사들에게 수술 시연과 세계 각국으로의 방문 수술을 통해 오목가슴 수술의 해외 전파와 의술 교류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