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활용 비율이 높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이버괴롭힘’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괴롭힘 경험은 이들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사회연구에 발표한 ‘중학생의 자살생각에 대한 사이버괴롭힘 피해 및 차별 경험의 영향’(연구책임자 최정아 경일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게시판 댓글, 채팅·메신저, 페이스북 등 SNS에서 ‘욕설, 협박, 성희롱, 원치 않는 사생활 공개, 따돌림’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12~18세의 미국 청소년의 경우, 9%가 이러한 사이버괴롭힘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등 사이버괴롭힘에 연루된 학생의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40~5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전국 중학생 37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09년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연구’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인터넷에서 욕설이나 모욕적인 말을 들은 응답자는 16.6%, 협박을 당한 응답자는 2.4%, 성희롱을 당한 응답자는 3.0%, 밝히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공개된 응답자는 6.0%, 인터넷에서의 따돌림을 당한 응답자는 2.5%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1년 동안의 차별 경험을 살펴본 결과, 성적으로 인한 차별을 경험한 응답자는 27.3%, 연령으로 인한 차별을 경험한 응답자는 24.5%에 달했다. 신체조건으로 인한 차별(23.4%)이나 성별에 따른 차별(22.5%)을 경험한 응답자도 있었다.
특히 성적, 연령, 외모 및 신체조건, 성별에 따른 차별을 경험한 학생들 중 20% 이상의 학생들은 월 1~2회의 빈도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괴롭힘과 차별 경험이 많을수록 ‘죽음’을 생각하는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구 대상 중학생 3775명 중 자살생각 여부에 응답한 학생들은 총 3750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27.6%에 해당하는 1034명이 지난 1년 동안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학년이 33.8%, 1학년이 33.7%, 2학년이 32.5%를 차지했고, 조사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13.9세였다. 자살 생각을 경험한 학생들 중 34.7%가 13세 이하, 32.8%가 15세 이상, 32.6%가 14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버괴롭힘 피해와 차별 경험이 각각 1점씩 증가하면 자살생각의 승산은 57.7%, 163.8%씩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정아 경일대학교 교수는 “청소년기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측면에서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는 전이기로, 다른 발달단계에 비해 우울이나 불안, 자살과 같은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에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청소년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온라인 세계의 광범위한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사이버괴롭힘에 대한 관련 전문가들의 관심과 그를 통한 예방 및 개입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살은 2018년 기준 전 세계 15~29세 인구의 사망원인 2위,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원인 1위이다. 2017년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의 자살률은 4.7%이다.
윤현철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는 우울증 등을 촉발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본인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우울증 증상이 심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주변 사람,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