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가 시위 격화 등을 이유로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취소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다음달 APEC 정상회의와 오는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최근 몇주간 칠레와 모든 국민들이 겪어온 어려운 상황 때문에 개최를 포기한다”며 “정부가 가장 걱정하고 중요시하는 것은 공공질서와 시민들의 안전, 사회적 평화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며 “이 결정으로 APEC과 COP에 생길 문제와 불편에 깊은 유감을 전한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는 다음달 16일부터 17일까지 양일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해당 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특히 한·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남 가능성이 관심사였다.
COP25는 오는 12월 2일부터 13일까지 열릴 계획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취소된 APEC과 COP25가 타국에서 개최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칠레에서는 지난 18일부터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칠레 정부가 지하철 요금 인상을 발표하며 촉발됐다. 사회불평등과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유엔 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칠레에선 상위 1%의 부자들이 부의 26.5%를 소유하고 있다. 하위 50%가 2.1%의 부를 나눠 가졌다. 칠레의 최저임금은 월 30만1천 페소(약 49만7000원)이지만 지하철 요금은 피크타임 기준 800페소(약 1280원)이다. 우리나라보다 최저임금은 훨씬 낮지만 지하철 요금은 비싸다.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며 혼란을 틈타 방화와 상점 약탈 등도 발생하고 있다. 지하철 운행에도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칠레 정부에서 요금 인상안을 철회하고 연금·임금 인상 방안을 내놨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APEC은 지난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12개국 간 각료회의 개최로 출범해 현재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러시아 등 21개국이 참가하는 형태의 국가 간 협력체다.
COP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장기적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개최되는 국제회의다. 지난 92년 유엔 환경 개발 회의에서 체결한 기후 변화 협약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