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1월에는 폐와 관련된 질환이 증가한다.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와 미세먼지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대표적으로는 ‘독감’이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고 건조한 환경에서 빨리 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보통 11월부터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유행한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인후통,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노인, 만성질환자, 영유아, 임신부 등 고위험군은 세균성 폐렴이나 기흉 등의 합병증이 발병할 수 있다. 만성기관지염이나 만성호흡기질환자는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어수택 순천향대 서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독감에 걸리면 기관지가 예민해진다. 폐 속에 있는 기관지가 갑자기 수축하기 때문에 정상인도 천식환자처럼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기침을 심하게 하는 증상도 나타난다”며 “이미 천식이 있거나 다른 호흡기질환이 있는 경우 증상은 더욱 악화된다. 폐렴 발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연령과 상관없이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어 교수는 “65세 이상의 노인은 폐렴예방주사도 함께 맞아야 한다. 주사로 전체 폐렴의 25%를 예방할 수 있다”며 “또 균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면 감염되기 쉬우므로 손을 잘 씻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감과 함께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이 시기에는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급성 악화가 급증한다. 두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이 흡연과 호흡기 감염, 그리고 대기오염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1월부터 3월까지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한다. 미세먼지는 피부와 눈, 코, 인후 점막에 물리적 자극을 유발하고, 크기가 작아 폐로 흡입되어 호흡기에 영향을 미친다.
천식은 기관지에 생기는 만성염증질환이다. 기도에 염증이 생기면 기관지 점막이 부어오르고, 기관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면서 기관지가 막혀 숨이 차게 된다. COPD도 폐에서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이 일어나 기도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어 교수는 “미세먼지는 이들 질환에 악영향을 주고, 기관지 수축의 급성악화가 오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망률도 높인다”면서 “젊은 사람에게도 증상이 올 수 있고,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질환이 걸리지 않도록, 증상이 나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금연이고, 다음으로는 폐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18세 이후 폐 노화가 시작되는데,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연구를 통해 보고된 바에 따르면 노화 예방에는 야채를 많이 먹는 것이 효과가 있으며, 운동은 근력을 좋게 해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을 마시는 것은 몸속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COPD는 암처럼 1기, 2기 등으로 진행 상태를 나누는데, 말기 전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50세가 넘고 흡연자라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