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파리기후협정(파리협정)을 탈퇴한 것과 관련해 곳곳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33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7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 맞은편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을 향해 “파리협정 탈퇴 강행 트럼프를 규탄한다” “기후위기 진실을 직시하고 당장 행동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지지층인 석유·석탄 산업계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며 “길어야 10년도 안 되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앞으로 100년, 200년 후 지구의 미래를 망가뜨릴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 인류와 생태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후 악당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와 윤리적 책임감을 찾아볼 수 없는 선택이다. 인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과오로 남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파리협정 탈퇴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사회적 불평등을 가속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현정 정의당 기후위기·미세먼지 특별위원장은 “쪽방촌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늘어난다. 인도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지난여름 사망자가 100명이 넘었다”며 “온실가스 배출 주범국인 미국은 이러한 상황에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다. 풍요로운 삶을 누렸던 책임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5년 미국과 프랑스, 중국, 한국, 일본 등 195개국은 프랑스 파리에서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 추구에 합의한다’는 협정을 체결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 골자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를 적극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 협정 탈퇴를 강행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은 파리협정을 탈퇴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시작했다”며 “탈퇴는 통보로부터 1년이 지나 효력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 곳곳에서도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파리협정 탈퇴 절차를 밟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기후변화는 전 인류가 직면한 도전이자 국제사회 모든 성원이 반드시 협력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53개국 과학자 1만1000명도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기후 위기는 인류에 막대한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는 공동성명을 국제 과학학술지 ‘바이오사이언스’에 게재했다.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캡제미니가 발간한 ‘세계 에너지 시장 감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2%다. 지난 2017년 증가율(1.6%)보다 0.4%p 상승했다. 배출량 증가에 책임이 큰 국가로는 인도와 미국, 중국이 지목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