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콩 시위를 두고 국내에서도 찬반여론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오전 7시20분 홍콩 사이완호 지역에서 홍콩 경찰과 시위 참가자 사이 충돌이 발생했다. 시위 참가자와 몸싸움을 벌이던 경찰은 다른 참가자가 다가오자 가슴 쪽으로 실탄을 발사했다.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쓰고 있던 참가자는 총을 맞고 도로 위로 쓰러졌다. 경찰은 다가오는 또 다른 참가자를 향해 실탄 2발을 더 발사했다. 이 참가자도 실탄을 맞고 쓰러졌다. 현장에 있던 이들이 발포 장면을 촬영했고 해당 영상은 SNS를 타고 번졌다. 총에 맞은 참가자 2명 중 1명의 상태는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시위는 점차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홍콩 도심 타마르 공원에서 열린 차우츠록의 추모식에 주최 측 추산 10만명(경찰 추산 7500명)이 운집했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 2학년생이었던 차우츠록은 지난 4일 시위 현장 인근의 주차장 3층에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이후 뇌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차우츠록은 공식적인 ‘시위 첫 희생자’로 기록됐다. 현지 언론 등은 그가 경찰의 최루탄을 피하려다가 추락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휴학과 파업, 상점철수 등 이른바 ‘3파 투쟁’을 진행 중이다.
다만 중국 당국 또한 홍콩 시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콩 경찰 간부는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에게 “어떠한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또한 홍콩 경찰은 지난 8일 홍콩 시위를 촉발시킨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을 저지한 야당 의원 3명을 체포했다. 나머지 야당 의원에게도 체포될 수 있다고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시위 관련 충돌은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홍콩 지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대자보, 플래카드 등도 대학가 곳곳에 게재되고 있다. 11일에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쓴 채 학내 ‘침묵 행진’을 진행했다. 검은 옷과 마스크는 홍콩 시위자들의 상징이다. 9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중국 유학생 등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거세다. 9일 홍대입구역에서 400m 떨어진 곳에서 중국 유학생 등이 “원 차이나(하나의 중국)”를 외치며 맞불시위를 벌였다.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중국 유학생 등에 의해 대학 내 붙은 홍콩 지지 대자보가 훼손되는 일도 빈번하다.
홍콩의 이번 시위는 지난 4월 홍콩 정부가 송환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시작됐다. 개정안은 중국 정부의 범죄 혐의 주장이 있으면 홍콩 시민이나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까지 중국에 송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에 반발, 시위를 진행했다. 홍콩 정부는 뒤늦게 송환법 철회 의사를 발표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