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등 어린이 생명안전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해달라는 요구에 국회의원 중 31.08%만 동의했다.
11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296명 중 92명의 의원만이 회기 내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통과를 약속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128명 중 63명, 자유한국당 109명 중 7명, 무소속 의원 18명 중 7명, 정의당 6명 중 6명, 바른미래당 27명 중 4명, 민주평화당 5명 중 3명, 민중당 1명 중 1명, 우리공화당 2명 중 0명이 동의했다. 무소속 의원에는 대안신당 소속의 박지원, 최경환 의원 등이 포함됐다.
정당별 동의율은 정의당, 민중당이 100%로 가장 높았다. 민주평화당 60%, 더불어민주당 49%, 바른미래당 15%, 자유한국당 6%, 우리공화당 0% 순이다.
지난달 21일 정치하는엄마들과 고(故) 최하준군의 부모, 고 김태호군의 부모, 고 김민식군의 부모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모여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고 최군은 지난 2017년 서울랜드 동문주차장 사고로 숨졌다. 고 김태호군은 지난 5월 인천 송도에서 축구클럽 차량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9살이었던 고 김민식군은 지난 9월 스쿨존 횡단보도를 건너다 과속 차량에 치여 숨졌다.
각각 이들의 이름을 딴 어린이교통사고 재발방지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 심사에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에 부모들은 지난 7일까지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를 촉구, 한명씩 찾아 동의여부를 확인했다.
부모들은 국회의원의 무관심에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 김태호군의 부모 이소현씨는 “자식을 살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남은 아이들을 최소한의 장치로 보호해주자는 취지로 (동의를 구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며 “어린이 생명안전 관련 사항에 무관심한 이 나라가 정말 싫다. 앞으로 태어날 태호 동생을 어떻게 키워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고 최군의 어머니 고유미씨는 “왜 국민들이 왜 정치를 지긋지긋해하겠느냐”며 “표 안 되는 어린이 안전 같은 것은 관심 없는 국회에 피해자 가족 또한 진절머리가 난다. 울면서 이 길을 가는 것은 내 아이와 이웃의 아이들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통과를 위해 법안이 계류돼 있는 국토교통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을 찾아 촉구 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