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나저러나 욕먹는 분양가상한제, 부처간 엇박자로 시장 혼란 가중

이러나저러나 욕먹는 분양가상한제, 부처간 엇박자로 시장 혼란 가중

기사승인 2019-11-14 05:00:00

건설투자를 늘리겠다는 기획재정부와 집값을 잡으려는 국토교통부 간 정책 엇박자로 인해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토부의 이번 분양가상한제 동 단위 핀셋규제는 기재부의 건설투자 발표를 의식한 ‘줄타기 정책’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국토부는 최근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핀셋 지정했다. 일반 아파트는 지난 8일, 재건축·재개발은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4월 29일 이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단지부터 분양가가 제한된다.

발표 이후 당초 상한제를 찬성했던 쪽과 반대했던 쪽 양측 모두에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반대 측에서는 이번 대책이 오름세인 서울 집값을 반짝 잡아두는 미봉책에 그칠 거라 우려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한제 시행 이전인 내년 4월까지는 밀어내기식 분양 물량이 있겠지만 그 이후가 걱정”이라며 “사람들은 새 아파트를 원하는데 자꾸만 공급을 가로막는 정책이 나오면 가격은 오히려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반발도 거세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조합 사무실에 모인 재건축·재개발 조합장 14명은 상한제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도시정비사업 10대 악법철폐’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오히려 핀셋규제가 아닌 전면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지난 8월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도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속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동에만 적용한 것은 정부가 신규분양 아파트 가격 상승을 용인한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의원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2억7000만원, 총 450조원이 상승했는데 강력한 정책으로 집값 정상화에 나서기보다 상승만 막고 보자는 하나마나한 수준의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전면적인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시세의 40%에도 미치지 않는 공시지가 정상화, 보유세 대폭 강화 등 핀셋이 아닌 망치를 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부처 간 엇박자에 대한 지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경제장관회의에서 주거공급, 생활SOC 등 건설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국토부 입장에선 상한제 적용지역 발표를 앞두고 있었기에 해당 발언이 난감했다. 결국 차선책으로 핀셋규제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국토부는 동 제도와 건설경기의 활성화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정부의 건설투자가 대부분 공공부문에 집중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동 제도가 민간 부문의 건설투자 촉진과는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핀셋규제라는 것도 일종의 줄타기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특정지역만을 규제한다는 것은 제도의 전면 적용도 후퇴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연구위원은 각 부처 간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토부도 건설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몰랐을 것이다”라며 “국토부에만 집값 책임을 묻는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물가안정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기재부와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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