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홍콩 경찰이 홍콩 이공대에 진입해 대대적인 진압작전을 펼쳤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경찰은 이공대에서 400명이 넘는 시위대를 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이공대 교정에 진입해 음향대포와 물대포 등을 동원해 진압작전을 펼쳤다. 시위대도 화염병, 돌 등을 던지며 저항했으나 대부분은 체포됐다. 시위대는 교내에 먹을 것이 부족하고 부상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공대는 시위대의 입장에서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지난주까지 격렬한 대치가 벌어졌던 홍콩 중문대와 시립대, 침례대 등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시위대가 이미 철수했다.
경찰은 이날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한 여성이 불법집회 참가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이송되던 중, 시위대가 여성의 도주를 도우려 하자 실탄을 발사했다. 경찰은 “폭도들이 벽돌과 정체불명의 액체를 경찰에게 던져 위협을 느꼈다”며 “실탄에 맞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콩 경찰의 무차별 체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채 달아나는 시위대에게 최루탄을 쐈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다 항의하는 시민에게 총을 겨누는 일도 있었다. 시위대가 체포되는 과정에서 다쳐 피를 흘리는 장면도 여러 차례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인 17일 경찰은 응급 구조요원까지 체포해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이공대 교정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교정 밖으로 나올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자 시위대가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응급 구조요원, 언론인 조끼를 입은 사람 등 51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밖으로 나오길 원하는 학생을 데리러 가겠다는 야당 의원과 요셉 하 천주교 보좌주교의 제안도 거절했다. 일부 야당 의원에게는 폭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강한 불빛을 쏘기도 했다.
일부 강경파 시위대는 유서를 쓰고 이공대 내에서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경찰은 이공대 내에서 폭력 행위를 하는 시위대에게 폭동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폭동죄로 유죄를 선고받으면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해진다.
홍콩 진압 관련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5·18 광주가 떠오른다” “당시 광주가 어땠을지 눈으로 직접 보는 기분이다” “홍콩 시민에게 자유를 돌려줘라” “학생들이 다치는 게 너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정부는 ‘강경파’로 분류되는 크리스 탕 홍콩 경무처 차장을 경찰총수인 처장으로 기용, 홍콩 시위 진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