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이란 군부의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제거한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과 소속 정당인 공화당은 환영 의사를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이라크 현지 모습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 속에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이라크 국기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담겼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유를 위해 거리에서 춤추는 이라크 사람들”이라며 “솔레이마니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데 감사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거리를 메운 이들은 이라크 반정부 시위대다. 시아파에 우호적인 현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거리로 나섰다.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다. 언론에서는 이들의 시위를 ‘반이란 시위’로도 보고 있다.
미국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같은 날 “우와, 미국인 사상을 초래한 대가가 급격히 커졌다”며 “손에 미국인의 피를 묻힌 이란 정권에 중대한 타격”이라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 그는 “솔레이마니는 아야톨라(아아톨라 알리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정권에서 가장 무자비하고 악랄한 인사로 꼽힌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소속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미국의 공습에 대해 “이란과 그 꼭두각시에 대한 미국의 방어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의 이번 행동은 그들에게 보낸 명확한 경고에 부합한다”며 “이를 무시한 것은 심각한 오판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공화당 소속 벤 새스 상원의원도 “솔레이마니 장군은 미국인을 살해한 사악한 놈이라서 죽었다”며 “대통령은 용기 있고 올바른 지시를 내렸으며 미국인은 임무를 완수한 군인들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스 의원은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냈던 인사로 알려져 있다.
다만 민주당 측 인사들은 미국의 이번 군사행동에 대해 우려했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솔레이마니의 죽음을 애도할 미국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중동에서 중대한 분쟁이 시작될 위기에 처했다”고 내다봤다. ‘불쏘시개 상자에 다이너마이트를 던진 것’이라는 비유도 나왔다.
또 다른 대권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번 작전에 대해 “무모하다”며 “사망자 증가와 신규 분쟁의 위험을 키웠다”고 비난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끝없는 전쟁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했지만 이번 행동은 우리를 새로운 전쟁의 길로 이끌고 있다”고 질타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쿠드스군의 총사령관으로 이란의 역내 전략 설계의 주요 인물로 꼽힌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이자 헌법기관인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인 모흐센 레자에이는 SNS를 통해 “미국을 겨냥한 격렬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