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조와의 갈등으로 출근을 미루고 있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노조에 막혀 문전박대를 당했던 국책은행장들이 많았다.
수출입은행이 대표적이다. 20대인 은성수 전 행장(현 금융위원장)은 5일 만에 취임식을 열었다.
은 위원장은 한국투자공사 사장 재임 시절 성과연봉제를 추진했고 ‘모피아(재무부+마피아)’라는 이유로 노조 반발을 샀다. 은 위원장은 최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행장 취임 당시) 일주일 만에 (집무실에) 들어갔다”고 회고했다.
‘친박인사’로 통하는 이덕훈(18대) 전 수출입은행장도 마찬가지로 5일 동안 노조에 막혀 출근하지 못했다. 이 전 행장은 그 기간 여의도 모 호텔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에 비하면 산업은행은 ‘초고속’이다. 이동걸 현 산업은행 회장은 내정자 신분이던 지난 2017년 노조 집행부와 만나 4시간에 걸친 자격 검증을 받았다. 당시 노조에서 출근 저지 투쟁을 하지 않는 대신 토론회에 참석해 조합원 검증을 받을 것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증을 마친 당일 취임식도 순탄하게 진행됐다. 노조와의 눈에 띄는 갈등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은 ‘무혈입성’에 가깝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이와 대조적이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지난 2일 임명 이후 5일째 출근을 못하고 있다. 윤 행장은 최근까지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이 아닌 삼청동 금융연수원 임시 집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출근을 못한 일수로 따지면 은성수 위원장과 이덕훈 전 행장과 같다. 그러나 지금 추세라면 기록을 갈아 엎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행 노조가 오는 4월 총선까지 출근저지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해서다. 기은 노조는 윤 행장이 현장 경험이 없는 ‘함량미달’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와 청와대가 사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