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한창인 요즘. 가족·친구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감기에 걸려 야외 활동은 고사하고 기침·콧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많다. 특히 겨울철은 건조하고 실내 외 온도차가 크기 때문에 체온조절 능력이 미숙한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기 쉽다.
실제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감기 진료인원을 살펴본 결과, 겨울이 960만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10만 명 당 진료인원 기준 9세 이하 아동이 7만8697명으로 10명 중 8명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이가 들면서 면역체계가 점차 발달하는데 9세 이하의 아동은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해 겨울에 감기가 자주 발생한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코가 막히거나 열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은 치아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광욱 파주 유디치과의원 대표원장과 감기가 어린이 치아에 미치는 영향과 그 예방법에 대해 짚어본다.
◇코가 막혀 입으로 호흡하는 아이들...충치·부정교합 주의
감기에 걸려 콧물이 나오거나 코가 막힌 경우 입으로 호흡하게 된다. 입으로 호흡을 하다 보면 입 속의 침이 말라 구강이 건조해진다. 침은 항균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어 입 안에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구강호흡은 침을 마르게 해 입 속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충치가 생기기 쉽다. 특히 지속적인 코막힘으로 구강호흡을 하는 버릇이 생기면 치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입을 벌리고 숨을 쉬면 턱뼈가 앞쪽으로 자라지 못하고, 치아가 나올 공간이 부족해 치아 배열이 삐뚤어지는 부정교합이 생겨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실내 습도가 50~60% 사이가 되도록 가습기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코막힘이 심한 경우에는 전용 코세척기를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열제 섭취 후 바로 양치질하면 치아부식
감기에 걸리면 바이러스와 면역체계가 싸우면서 몸에 열이 발생하게 된다. 아이들의 적정 체온은 일반 성인보다 높은 36.5~37.2도로 38.5도를 넘으면 해열제 복용을 권한다. 어린이용 해열제는 열을 내리는 성분 외에도 아이들이 약을 편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자당(수크로스), 아스파탐 등 단맛을 내는 감미제가 함유되어 있다. 흔히 설탕이라 부르는 자당과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는 아스파탐은 장시간 복용하면 치아부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해열제에 첨가된 설탕이 구강 내 박테리아와 만나 산성 분비물을 만들어 치아를 부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열제를 섭취한 후에는 입 안이 산 성분이 강해 바로 양치질을 하면 치아 표면이 부식될 수 있으므로 물로 입을 헹군 후 30분 뒤에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감기 예방·치아 건강 지키는 비타민C
감기 예방을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과 함께 음식 섭취도 신경을 써야 한다. 비타민C가 함유된 음식은 감기 예방에도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치아건강까지 지킬 수 있다. 겨울철 제철 과일인 딸기·귤·유자는 비타민C가 풍부해 감기 예방에 도움을 준다. 특히 딸기는 잇몸병과 충치를 유발하는 치태 제거에 효과적이며, 유자의 펙틴과 리모넨 성분은 잇몸 염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과일을 잘 먹지 않는 아이라면 과일청을 만들어 따뜻한 물이나 요거트에 섞어 먹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광욱 대표원장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라 해도 입 안에 남아 있으면 충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꼼꼼한 양치질로 치아를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