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를 맞아 ‘건강’ 계획 세우는 사람이 많은데 그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질병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먼저 췌장·담낭·담도 등 췌담도 질환은 몸속 깊이 위치해 잘 보이지 않아 진단·치료가 까다롭지만, ‘설마 나한테 생기지 않겠지’하는 안이한 마음에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췌담도 질환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고 이미 증상이 나타나면 심각한 상태로 발전했을 위험이 크다. 박재석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소화기병원장은 “췌담도 기관은 일반 종합검진에서도 관찰되지 않을 때도 있어 정밀검진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손목·어깨·발목·무릎·허리 등이 여기저기 쑤시는 척추관절 통증은 너무 익숙해 방치하기 쉽다. 실제로 척추 질환자 중 상당수는 극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마비 증세를 호소하는 중증 상태가 되어서야 병원을 방문한다. 윤형초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척추관절센터장은 “척추관절 질환은 특성상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치료와 재활이 쉬운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며 참을만한 통증이라도 1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고, 통증 부위의 부종이 동반되면 정확한 상태를 점검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관련 질환에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로 즉각적인 건강 이상이 나타나진 않다 보니 예방 관리에 소홀해지기 쉽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와 피부를 통해 우리 몸 장기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비염·천식,·폐렴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심뇌혈관 질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주거지역 미세먼지 농도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날은 외출 시, 반드시 식약처 KF인증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주 손을 씻고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 미세먼지 생활수칙 준수에 힘써야 한다.
당뇨·비만·고혈압 등도 방치하다 자칫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당뇨·비만·갑상선기능이상증 등과 같은 내분비질환은 호르몬 이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합병증을 동반할 위험이 크다는 면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중 비만·당뇨는 치료를 위해 식생활 개선이 기본인데 개인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전문의 도움이 필요하다.
소리소문없이 찾아와 치명상을 입히는 고혈압, 협심증, 뇌출혈, 뇌경색 등의 심뇌혈관질환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심뇌혈관질환을 노인성 질환으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생활 및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30~40대 젊은 층 발병률이 차츰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17년 전체 고혈압 환자 총 602만6151명 중 30-40대 환자는 90만5418명으로 전체 15%에 이른다. 2018년에도 15.1%가 30~40대 젊은 층이었다.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30~40대 고혈압 환자 3명 중 1명은 본인이 고혈압 환자라는 사실도 모른 채 질환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규영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심장혈관만성센터장은 “30~40대 젊은 층은, 수축기 혈압이 200mmHg까지 올라도 별다른 신체적 통증을 느끼지 못해 방치하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젊다고 건강을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며, 혈압, 혈관 나이 등을 체크해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등한시했던 정신건강 돌보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우울증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경 모든 나이에서 나타나는 질환 중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 질환으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감기’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75만2211명으로 5년새 약 30%가 증가했다. 무엇보다 우울증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닌 의학적으로 증명된 명백한 질환이므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우울감이 심하다면 주저 없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우울증 치료의 핵심은 타이밍인 만큼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삶의 질과 직결되는 수면장애도 마찬가지다. 추일연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신경과장은 “건강한 수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수면장애는 불면증,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 등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밤새 수차례 호흡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은 장시간 이어지면 급사 위험성이 높은 무서운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스 사태로 아픔을 겪었던 감염병에 대한 예방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폐렴의 공포가 밀려왔듯이 인간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200여종의 바이러스가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월 들어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병원이 분주한 새해를 맞고 있다. 감염병은 물론 모든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중요한 필수 사항은 면역력 강화이다. 스트레스, 적절 체중관리, 균형 있는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금연과 절주, 충분한 수면과 수분섭취 등은 질환 예방을 위해서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건강수칙이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