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초기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을 권고
조현병 장기지속형 주사제(LAI, Long-Acting Injection)가 주목을 받으면서 조현병 치료 패러다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약물 순응도 개선 효과가 증명되면서 사용 시기도 점차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조현병은 첫 발병 이후 1년 이내 50% 이상의 환자, 5년 이내에 80% 이상의 환자에서 재발 위험이 나타날 만큼 재발과 만성화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조현병 환자는 약물 비순응으로 인한 재발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현병 환자의 74%가 수개월 내에 다양한 이유로 약물 복용을 중단한다는 보고도 있다.
약물 중단으로 인한 잦은 재발은 결국 질환의 만성화로 이어진다. 질환이 만성화되면 뇌가 구조적으로 변화되거나 인지기능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고, 또 치료의 저항성을 높여 치료의 성공률을 떨어뜨리거나 치료 기간을 연장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조사에 따르면 첫 재발 이후 증상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47일인 반면, 두 번째 재발 후에는 130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병 환자의 복약 순응도 문제는 단순히 증상의 재발과 입원 위험 증가에 한정되지 않는다. 만성화된 환자는 치료 효과의 저해와 심리적·사회적 위축으로 인한 자·타해 위험이 증가한다. 환자 케이스에 따라 치료 후에도 이전과 같은 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 조현병 치료의 트렌드도 환자의 복약 순응도 증대로 인한 재발 억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한 달 혹은 석 달에 한 번 주사를 통해 체내 약물 농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환자의 복약순응도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경구제 대비 ▲재발률(55% 감소) ▲입원 횟수(48% 감소) ▲입원 일수(54% 감소) 등 모든 측면에서 매우 큰 효과를 나타내며 조현병 치료에 있어 효과적인 치료법임을 증명했다.
또 의료계 빅데이터의 일종인 리얼월드데이터(RWD, Real World Data)를 통해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조현병 환자의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동일 성분의 경구제와 비교해서 환자의 사망률을 평균 33%나 낮추었는데, 이는 약물의 특성보다 해당 약물을 어떤 형태로 투약하는가가 환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조현병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조현병 치료에서는 경구형 주사제를 사용한 1차 치료로 안정기에 들어선 환자에게 치료 효과 지속 및 유지의 목적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사용됐다면, 최근에는 치료 초기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천 소망병원 정성민 진료실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조현병 치료에 있어 큰 걸림돌 중 하나인 환자의 복약 순응도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며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더욱 많은 환자들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조현병 치료 인식 개선을 위한 환자와 의료진의 노력과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수년간 복용해 온 경구제를 모두 끊고, 장기지속형 주사제만으로 조현병 치료에 성공한 환자로부터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해방이 되면서 삶의 질이 좋아졌다는 피드백을 듣는다”며 “환자 본인이 다른 조현병 환자분들에게도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권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환자의 만족도가 큰 치료법이다”라고 전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