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촬영 금지’·‘영상으로 OT 대체’ 신종 코로나에 달라진 대학 풍경

‘사진 촬영 금지’·‘영상으로 OT 대체’ 신종 코로나에 달라진 대학 풍경

기사승인 2020-02-05 06:30:00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 #“사진 찍으시면 안 돼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이대) 정문 앞 조형물에서 사진 촬영을 하던 한국인 가족을 학교 관계자가 제지했다. 관계자는 이들에게 “당분간은 사진 촬영 금지”라며 “다음에 한 번 더 오세요”라고 양해를 구했다. ‘관광객’의 학내 입장을 금지한 상황에서 오해를 피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정문 앞 조형물은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의 ‘포토존’으로 알려져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대학가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4일 이대 정문 앞은 평상시와 달리 굳게 닫혔다. 정문 앞 도로의 1차선만 열고 사람이 오가도록 했다. 정문 앞에는 ‘관광객 출입금지’ 표지판과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글로벌 위험 수준을 ‘높음’으로 격상함에 따라 관광객의 캠퍼스 내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대 관계자 등 3명이 정문 앞에서 관광객들의 입장을 제한했다. 이대를 찾은 관광객들은 정문 앞에 멈춰서 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이대는 지난달 30일부터 관광객의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대는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여행 코스였다. ‘이화(梨花)’의 중국어 발음(리화)이 ‘돈이 불어나다’는 뜻을 가진 중국어 ‘리파(利發)’와 발음이 유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대 학생들은 관광객 입장 금지를 반기는 모습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또 다른 포토존이었던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는 매우 한산했다. 일부 학생들은 관광객이 없는 모습에 “신기하다. 여기 정문 아닌 것 같아”라며 탄성을 질렀다. 이대 인문대생 이모(24·여)씨는 “무수한 외국인 관광객이 학교를 찾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돈다고 할 때 걱정이 많았다”며 “학교에서 잘 통제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대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강좌를 진행 중인 대학에서도 철저한 예방을 위해 노력 중이다.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출입구에는 열감지기가 설치됐다. 통과 시 경보음이 울리면 직원의 안내를 기다려야 한다. 출입구에는 손소독제가 5통 비치됐다. 지난 1일에는 한국어학당 건물에 대한 전체 소독을 실시했다. 수업시간에도 모든 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한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한국어교육센터도 마찬가지다. 한국어교육센터에 다니는 일본 유학생 이토 리오나(여)씨는 “강사들이 수업 시작 전 마스크를 꼭 쓰라고 이야기한다”며 “수업 시간 중에도 마스크를 벗는 학생은 없다”고 설명했다. 

졸업식과 입학식 등 많은 인원이 모이는 학사 일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취소 또는 연기됐다. 서울 경희대학교와 건국대학교, 세종대학교, 동국대학교, 서강대학교 등은 입학식과 졸업식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20학번 신입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OT) 행사 취소도 연이어지고 있다. 경희대생 변상화(25)씨는 “졸업식 날짜에 맞춰 휴가를 쓰셨던 학부모님들이 계신 것으로 안다”며 “졸업식이 취소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경희대와 서강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개강 날짜도 각각 1주, 2주 연기했다. 다른 대학들도 개강 날짜 연기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한교협)는 “보다 적극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 정책이 필요하다”며 대학들의 개강 전면 연기를 주장했다. 

다만 학생들은 개강 연기가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봤다. 경희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만난 정승원(21·여)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하는데 개강이 일주일 연기된 것으로 예방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영상 수업으로 대체하는 등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사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며 고민에 빠진 학생들도 있다. 20학번 신입생들을 맞이해야 하는 19학번 학생들이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19학번 학생들은 4일 ‘캠퍼스투어’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캠퍼스투어는 선배가 신입생들을 이끌고 학교의 시설물 등을 소개해주는 행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려로 인해 행사가 취소돼 이를 영상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선배와 신입생이 PC방 등에서 모여 함께 해왔던 ‘수강신청’ 행사도 영상 배포로 대신한다는 방침이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19학번 양수민(19)씨는 “신입생들끼리 친목을 다질 OT가 취소됐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에서 친해질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개강마저 연기돼 향후 신입생 행사 일정을 어떻게 짜야 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최초 보고됐다. 이후 중국 전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미국, 대만, 태국, 호주, 프랑스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4일 오전 기준 1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84개국에서 중국 또는 중국 체류 이력자에 대한 제한 조치를 실시 중이다. 

일각에서는 학기 시작을 맞아 중국인 유학생이 대거 입국할 것에 대해 우려했다. 현재 국내 대학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은 7만여명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일 대학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대학 개강 일정 연기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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