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 경제톡톡] 큰 게 좋을까 작은 게 좋을까, 경제가치로 본 ‘Size 경제학’ 이야기

[금진호 경제톡톡] 큰 게 좋을까 작은 게 좋을까, 경제가치로 본 ‘Size 경제학’ 이야기

기사승인 2020-02-10 10:24:36

10여 년 전만 해도 일정했던 제품의 사이즈가 요즘 들어 변화하고 있다. 이는 ‘크기’가 주는 소비심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대용량과 소용량이라는 ‘크기’가 새로운 선택 기준이 된다는 의미다. 스타벅스에 가면 237ml인 숏(short)에서 591ml인 벤티(venti)까지 선택이 가능하고 ‘1리터 커피’라는 커피 브랜드는 판매하는 보통 사이즈의 커피 용량이 1리터다. 

맥도널드엔 빅 사이즈의 햄버거가 인기다. 100% 고기 패티 2장에 213g 하는 햄버거는 초창기 햄버거 155g에서 대략 40%가량 커진 것이다. 아무리 성인일지라도 빅 사이즈는 부담스럽다. 가격도 2배 이상 올랐다. 웬만한 백반 메뉴 한 끼 값이다. 기업에선 제품 용량을 키움으로써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인상에 따른 눈총을 피할 수 있다. 100ml 짜리 음료수 한 병에 100원 할 때 130ml 로 늘린 후 130원을 받는다면, 소비자는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인식할 수 있다. 정작 용량과 가격은 판매에 적용되고 경제가치가 반영된다. 

대부분 사람은 동일 제품일 경우 용량이 큰 제품을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가능한 더 큰 용량의 제품을 산다. 문제는 용량이 커진 만큼 실제 매출이나 이익이 많아진다. 대형마트 스낵류의 경우, 할인율은 더 높을지라도 묶음 판매 전략을 취함으로써 적정한 양의 구매 또는 낱개 구입을 제한한다. 이는 결국 과잉소비로 이어진다. 또 일반 과자보다 2~3배는 큰 대용량 스낵을 발견할 수 있다. 대용량 포장 제품은 개별 제품을 여러 개 사는 것보다 돈을 더 절약할 거라는 생각을 부추기며, 매출이 증가한 경우다.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대형 프리미엄 냉장고는 2000년대 초중반엔 600리터였던 것이 작년부턴 1,000리터짜리가 대세다. 대형 냉장고가 인기를 끄는 이면엔 쿡방 열풍이 한몫하고 있어 다양한 식자재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를 주부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편 ‘양’보다는 ‘질’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요즘처럼 불황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스몰 럭셔리(Small Luxury)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경기가 어려울 때 값싼 립스틱으로 사치를 누리려는 심리인 ‘립스틱 효과’의 가치소비 트렌드가 명품 위주에서 탈피하여 음식 등 먹거리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한 덩이에 만원이 넘는 빵을 사고, 해외에서 유명하다는 디저트 메뉴를 맛보기 위해 줄을 선다. 작년에 상륙한 ‘블루버틀’ 커피를 마시기 위해 3시간 이상 줄을 서는 것도 이와 같다. 

우리는 대용량만을 고집하다 오히려 대량 할증의 함정에 빠질 수 있으며, 소용량만을 고집하다 저렴한 가격을 놓치기도 한다. 우리 자신의 소비생활 패턴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대용량 제품을 구매할지 소용량 제품을 구매할지 당신의 소비생활 패턴에 따른 구매 목록에 달렸다. 경제적 가치는 눈에 보이는 현혹을 이겨낼 때 다가오며, 우리는 진정 지혜로운 소비자가 될 것이다. 

금진호(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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