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정부가 공적 마스크를 공급한지 일주일째인 5일. 오전 11시께 서울시 은평구 근처의 한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구매를 위한 줄이 늘어서 있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50명가량의 사람들이 번호표를 받기 위해 언 손을 비비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김희정(55) 씨는 “오전 9시부터 나와 기다렸다”라며 “앞으로 3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오히려 추위에 감기에 걸릴 지경”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정부가 공적 판매처(우체국‧농협‧약국‧공영홈쇼핑)에 일일 마스크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몰아주는 대책을 꺼내들었지만 ‘마스크 대란’은 여전한 모습이다. 며칠 전에는 농협‧우체국의 판매지역이 당초 정부 언급과 달라, 현장에서 큰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다수의 서울·경기 지역 사람들이 우체국‧농협을 방문했다가 헛걸음을 쳤다. 원성이 이어지자 하나로마트는 물량을 조달 받아 당분간 서울·경기 지역에서도 마스크를 팔기로 했다.
이외에도 여러 허점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신분확인 철차가 없다 보니 타 지역 사람들이 읍·면지역 대상의 우체국 마스크를 구입하거나, 한 사람이 여러 약국을 돌며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일도 나타났다. 앞서 하나로마트에 만난 한 시민은 “매일 일찍 와서 사는 사람만 사 가고, 일터에 나가야 하는 사람은 전혀 구매를 못하지 않느냐”라며 “우리 가족은 당장 내일 쓸 마스크도 없는데, 얖 줄의 사람들에게 양해라도 구해볼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지적에 정부는 이날 오전 마스크 대책을 또 한 번 손질했다. 약국에서 신분 확인 시스템을 통해 마스크 판매를 1인 2매로 판매를 제한하고, 하나로마트와 우체국에선 신분 시스템 구축까지 1인 1매만 팔기로 했다. 아울러 마스크의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공적 공급 물량을 80% 이상으로 확대했다.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두 개 연도씩 요일별로 구매 가능한 요일을 지정하는 ‘5부제’도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의구심을 드러내며 연일 바뀌는 마스크 대책에 피로감을 내비쳤다. 사전에 세밀한 검토 없이 급급하게 대책이 추진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 용산구의 한 약국에서 줄을 서고 있던 이형섭(61) 씨는 “윗분들이 직접 현장에서 줄을 서 마스크를 구입해본 경험이 과연 있겠나”라며 “현실을 모르니 허점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애초에 주민센터에서 인원을 파악해 나눠주면 되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바뀌는 마스크 ‘5부제’ 방법이 난해하다며 우려를 드러낸 사람들도 많았다. 실제로 정부의 관련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마스크 구입은 출생연도를 2개씩 나눠 각 요일별로 구매가 가능하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1, 6은 월요일에 구매 가능하고 2, 7은 화요일에 구매 가능하다. 3, 8번은 수요일, 4, 9번은 목요일, 5, 0번은 금요일에 살 수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주 중에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경우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마트 용산점에서 만난 한 주부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자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점점 마스크 구입이 난해해지는 것 같다”면서 “마스크 몇 장 구입이 이처럼 어려워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라고 개탄했다. 이외의 사람들도 바뀌는 구입법에 대해 “금주 사지 않으면, 다음 주에 4개를 살 수 있느냐”, “거동이 어려운 사람의 대리 구매는 어떻게 하나”, “지정 요일이 지나면 꼭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 하나” 등의 물음이 꼬리를 이었다.
특히 1인 구매한도를 일주일당 2매로 제한한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마스크 소모 기간이 짧아져 오히려 더 자주 구매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 가족들의 마스크를 구입하러 왔다가 헛걸음을 한 고영임(58) 씨는 “남편은 직업 특성상 사람을 많이 상대해 일주일에 최소 4개는 필요한데, 2개는 너무 적지 않느냐”면서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해도 결국 또 부족한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대형마트 등에서 줄을 서야 하지 않겠나”라고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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