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다고 욕설까지… 약사들, ‘무보상’에 ‘맘고생’ 이중고

마스크 없다고 욕설까지… 약사들, ‘무보상’에 ‘맘고생’ 이중고

약국, 업무 부담 증가 및 시민 불만 겹쳐 어려움 토로

기사승인 2020-03-11 04:00:00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육체적으로 힘든 건 두 번째 문제고요. 제일 힘든 건 마스크를 기다리다가 약사들한테 화내는 거, 그런 감정적인 것들이죠.”

별도의 정부 보상 없이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 내 약사들이 업무 부담과 구매자들의 볼멘소리로 시름을 앓고 있다.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으로 가장 많은 물량의 공적마스크가 전국 약국에 공급되고 있지만 수요 대비 수량이 부족하고 구매방식이 복잡해져 약사-구매자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적마스크의 약 90% 정도를 전국 약 2만3000여개소의 약국에 공급하고 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따르면, 약국은 국민보건의료를 1차적으로 담당하고 있고, 건강보험 국가전산망에 포함되어 있으며, 국민 접근성이 높아 최우선 공적판매처로 선정됐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지난 9일부터 전국 약국에서 ‘구매이력관리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마스크 5부제는 출생연도에 따라 요일별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11일 기준 출생연도 끝자리가 3이나 8인 사람이 ‘1인당 2개씩’ 구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약국에서는 일반약 판매, 전문약 조제, 복약지도 등 기존 업무 외 공적마스크 소분포장 및 신분증 확인, 구매사실 입력 등의 업무를 추가로 해야만 한다.

고령의 약사나 1~2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약국 입장에서는 갑자기 몰려든 구매자들과 추가 행정업무 부담이 크다. 서울 강남의 약국에서 근무하는 한 약사는 “근처에 약국이 많은데도 아침이면 마스크가 다 소진된다”며 (마스크 구매) 기대를 하고 개장 시간에 맞춰 전화하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관악구 소재 약국의 약사도 “나이가 있다보니 약국을 찾는 분들이 갑자기 늘어나 정신이 없다. 약국 앞에 길도 좁은데 줄도 길게 서있어서 괜히 조급하고 부담된다”면서 “구매정보 입력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이 걸린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선 약국에서는 오랜 시간 대기하거나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구매자가 약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일도 벌어진다. 약사들은 늘어난 업무보다 약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고충이 크다. 한 약국 관계자는 “어제 한 약국에서는 소위 '깽판'을 치는 손님이 있었고, 옆에서 그걸 정리해주는 분들이 계셨다. 약국에서 마스크를 팔아 10만 원의 마진을 남긴다는 여러 언론 보도가 가장 마음의 상처였다”며 “태풍이 몰려왔다 나가는 수준으로 손님들이 찾는데도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두 번째 문제다”라고 전했다.

그는 “마진도 남지 않을뿐더러 대우나 보상을 받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면 서운하다. 세월호 당시 팽목항에서 24시간 약국을 운영했을 때도 보상 받지 않았고, 그저 사회가 힘들 때 책무를 다하려는 것”이라며 “심리적 위안만큼 심리적 상처가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약국에게 돌아가는 이윤이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10만원 마진’ 논란은 약국이 공적마스크 1장을 1100원에 공급받아 1500원에 판매하고, 1곳당 하루 평균 250장씩 공급되기 때문에 1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카드 수수료와 부가세, 인건비 등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정부 차원의 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직은 비상사태이기 때문에 보상 방안이나 (보상안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공적마스크 판매가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는 “현재 약국은 공적 마스크 구매 문의와 관련 업무로 처방조제 등 주요 업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약국 문을 여는 것이 겁이 난다’고 이야기하는 현실”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전국의 2만3000여 약국은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기관으로서 공적마스크의 안정적이고 균등한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요보다 공급 수량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는 데에는 여전히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불편과 현장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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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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