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진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분향하는 중 백발의 할머니가 막아섰다. 이 할머니는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76) 여사였다.
이날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 등 서해에서 발생한 남북 간 무력충돌에서 희생된 55용사를 기리는 날로, 문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현충탑 헌화·분향을 막아선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는 “이게(천안함 폭침) 북한의 소행인지,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주세요”라며 “여적지(이제까지를 뜻하는 사투리) 북한 짓이라고 해본 적이 없다. 늙은이의 한을 좀 풀어달라”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정부의 공식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윤 여사는 그러자 “사람들이 누구 짓인지 모른다고 할 때마다 제 가슴이 무너진다. 대통령께서 늙은이의 한을 꼭 좀 풀어달라”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윤 여사는 앞서 천안함 피격 후 고인의 사망보상금 가운데 1억원을 해군에 기부한 바 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3월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서는 명백한 북한의 도발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기념식에는 윤 여사 외에도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가족과 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자 유가족, 천안함 피격용사 유가족 등 약 100명의 유가족이 참석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정치권 관계자들도 기념식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식장에 들어선 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맨 앞줄에서 고 윤영하 소령의 부친과 고 이상희 하사의 부친 등과 함께 착석해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으로 기념식에 임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분향과 헌화를 했고, 이후 유족들의 인터뷰 영상을 시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서해수호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은 애국심의 상징”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애국심이 필요한 때다. 불굴의 영웅들을 기억하며 코로나19 극복의 의지를 더욱 굳게 다진다”고 말했다
기념식 뒤에 문 대통령 부부는 ‘서해수호 55용사’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표현하기 위해 묘역 전역을 돌며 개별 참배와 헌화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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