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주부 한모씨(56)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모바일 쇼핑 애용자가 됐다. 처음에는 낯설다는 생각에 손이 가지 않았지만 자녀들의 권유로 시작해보니 편리함에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의류와 생활용품에서 이제는 고기와 과일 등 신선식품까지 주문을 시작했다. 한씨는 “외출을 줄이려 시작했는데, 지금은 편해서”라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사용이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그의 쇼핑 패턴을 뒤 바꿔 놓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좋든 싫든 우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자동차를 경험한 이가 다시 마차를 찾는 법은 없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쇼핑의 무게 추 역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집콕' 생활이 패턴화하면서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무려 25%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조9618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5%(2조3545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8년 10월(30.7%) 이후 16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이다. 특히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1년 전보다 31.1% 늘어난 8조1436억원에 달했다.
롯데쇼핑이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몰 통합을 서두른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롯데쇼핑은 오는 28일 롯데ON을 론칭시키며 이커머스 업계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진다. '디지털 퍼스트'를 외친 신동빈 회장의 사업 추진 의지에 기반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여는 롯데의 ‘첫 삽’으로 평가된다.
무려 조 단위의 자금과 2년이라 시간을 들였다. 롯데는 2023년까지 e커머스(전자상거래) 취급 규모를 20조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롯데ON은 사실 그리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롯데그룹 7개 온라인쇼핑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을 로그인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일 뿐이다. 하지만 이 앱 하나에 롯데 유통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쿠팡은 물론 신세계 ‘쓱’ 과의 경쟁도 예상된다.
그간의 유통 노하우와 IT기술력을 총 집합했다는 게 롯데쇼핑 측 포부다. 현재까지 공개된 바에 따르면 롯데온은 400여개의 ‘상품 속성 정보’를 분석해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품 속성정보’란 상품이 가지는 정보 중 가격 외 구매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를 의미한다. 이는, 고객이 특정 상품을 구매하고자 할 때 개인적인 취향 분석이 가능하도록 정보의 스펙트럼을 확대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원피스를 구매할 때, 기존의 경우는 ‘넥라인’에 ‘헨리넥, 터틀, 오프숄더’ 정도의 분석을 제공하지만, 롯데ON은 추가적으로 반집업, 차이나, 후드넥, U넥 등으로 더욱 세분화한 상품 분석을 해낸다는 것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쉽게 말해 고객 추천 상품 분석을 AI에게 맡긴 것”이라면서 “취향, 나이, 직업 등을 고려해 누구나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쉽고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쇼핑 도우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과 쓱닷컴 보다 늦은 만큼, 양사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롯데쇼핑 만의 특색을 더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와 반대로 롯데쇼핑은 현재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개 점포 중 약 30%인 200여개의 점포를 정리하는 대수술에 돌입했다. 마트와 슈퍼를 중심으로 향후 3∼5년간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움직임이 유통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무점포(인터넷쇼핑, 홈쇼핑, 방문판매 등) 판매액은 2015년 46조7888억원으로 대형마트(32조7775억원)를 앞지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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