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클리드의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영입”, “클리드를 대체하기엔 힘들다." 지난해 말, T1이 ‘커즈’ 문우찬을 영입했다는 소식을 접한 팬들의 대략적인 반응이었다.
T1은 지난해 ‘칸’ 김동하, ‘클리드’ 김태민, ‘마타’ 조세형, ‘테디’ 박진성을 영입하며 ‘드림팀’을 구성했다. ‘2019 리그 오브 레전드(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서머 시즌을 모두 석권했고 국제대회인 MSI, 롤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4강에 올랐다.
하지만 시즌 종료 뒤 박진성, ‘페이커’ 이상혁, ‘에포트’ 이상호를 제외한 3인이 이적을 선택하거나 은퇴를 결정했다. 아카데미 팀에서 유망주들을 승격시키고, 커즈를 영입했지만 T1이 2019년의 영광을 재현하기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기대치가 낮아 부담감이 적은 유망주들과 달리 문우찬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했다. 중국으로 떠난 김동하,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조세형과 달리 같은 정글러 포지션인 김태민은 젠지e스포츠로 이적해 문우찬과 리그 내에서 칼을 맞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우찬은 올 시즌 내내 젠지와의 경기를 앞두고 긴장감을 호소했다. 문우찬은 지난 정규리그 2라운드 젠지와의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 한 뒤 “클리드 선수가 T1에서 잘했던 선수이지 않나. 그 점을 인정하고 경계해야 되기 때문에 더 많이 긴장했다”며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호흡법 등도 바꿔보고 이번엔 많이 신경을 써서 준비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우찬은 김태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케스파컵 8강을 비롯해 정규리그 1‧2라운드 맞대결에서 클리드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두며 팀을 승리로 이끌더니, 25일 종로 롤파크 LCK 아레나에서 열린 젠지와의 결승전에서도 3세트 내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 우승에 기여했다. 파이널 MVP도 문우찬의 차지였다. 젠지의 노골적인 ‘저격밴’을 극복하고 거둔 우승이라 그에겐 더욱 특별한 성과였다.
문우찬은 경기 후 “3년 만에 주전으로 결승을 가고 우승까지 해서 기쁘다. 지금까지 성장을 도와준 코치‧감독님들, 형들에게 모두 고맙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저격밴이 나왔을 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젠지의 경기를 보면서 클리드 선수가 챔프폭이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나는 반대로 다양한 챔피언에 자신이 있었다. 할 수 있는 챔피언이 많았고 잘 할 자신도 있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문우찬은 이제 T1에 없어서는 안 될 정글러가 됐다. 클리드를 그리워하는 팬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비로소 부담감을 내려놓은 문우찬이 “홀가분하다”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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