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주부 한모씨(56)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모바일 쇼핑 애용자가 됐다. 처음에는 낯설다는 생각에 손이 가지 않았지만 자녀들의 권유로 시작해보니 편리함에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의류와 생활용품에서 이제는 고기와 과일 등 신선식품까지 주문을 시작했다. 한씨는 “외출을 줄이려 시작했는데, 지금은 편해서”라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사용이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 전운이 감돈다. ‘포스트 코로나’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유통업체가 온라인에 다시금 공격적 투자에 나서면서다. 기존 온라인 업체뿐 아니라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공룡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여기에 네이버 등 IT기업도 손을 대며 시장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커머스를 미래 먹거리로 키워내겠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이날 롯데그룹 7개 통합 온라인쇼핑몰(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롯데ON을 공식 출범했다. 무려 3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2년이란 시간 동안 칼을 갈았다.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이른바 넷플릭스의 동영상 추천 방식인 ‘초개인화’ 서비스로 이커머스 시장을 정복하겠다고 롯데는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 쓱닷컴도 외연 확장에 힘을 주고 있다. 신세계는 이미 2014년 그룹 온라인사업을 쓱닷컴으로 통합한 이후 2017년 온라인 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등 해마다 20∼3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부터 전국적으로 배송 차량을 60대 이상 늘리고 P.P(Picking & Packing) 센터인력도 증원해 처리 가능 물량을 기존보다 최대 20% 더 늘렸다. 쓱닷컴은 현재 네 번째 물류센터 용지도 물색 중인 상태다.
기존 온라인 업체서는 상장과 매각, 투자 등의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쿠팡은 지난해 7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018년 1조원을 넘었던 적자를 7000억원대로 줄였다. 아직 적자가 크지만 내년 미국 나스닥 상장이 쿠팡의 목표다. 여전히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대구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3200억원을 들여 33만㎡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커머스 점유율 1위(12%)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615억원의 영업익을 내며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호실적에 매각에 무게를 둔다. 이베이코리아는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 본사는 최근 이베이코리아 보유 지분 100%를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 매각 금액은 약 5조원이다. 만일 매각이 성사될 경우, 온라인 시장 판도가 크게 뒤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티몬도 당초 매각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최근 수익성이 개선됨에 따라 기업공개로 방향을 틀었다. 만일 티몬이 상장에 성공하면 국내 이커머스 기업 가운데 국내 증시에 입성한 첫 사례가 된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티몬은 지난해 타임커머스로 사업구조를 전환한 이후 올해 3월 첫 월 단위 흑자를 기록했다. 티몬이 미래에셋대우를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IT기업인 네이버는 이커머스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막강한 온라인 영향력을 쇼핑에 쏟기 시작하면 판도를 뒤엎을 수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은 무려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된다. 쿠팡은 물론 이베이코리아보다 더 많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체 배송 망이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CJ대한통운 등 물류사와 협력에 나서면서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를 계기로 ‘쇼핑’의 무게 추는 이제 온라인으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3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유통업체 총매출은 10조89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5조4410억원, 오프라인 업체 매출은 5조445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는 만큼, 4월은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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