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망상장애, 분노조절장애, 간헐적폭발장애, 경계성성격장애…. 진단명만 보면 멀리 있을 것 같다. 드라마 ‘영혼수선공’은 이러한 증상이 우리 곁에 혹은 그보다 더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을 치유 가능한 것으로 규정해 다가간다.
지난 6일 출발한 KBS2 새 수목극 ‘영혼수선공’은 제목에 충실한 드라마다. 국내 최초로 정신건강학과 의사와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려내는 방식은 유쾌하고 따뜻하다. 주인공 이시준(신하균)은 대학병원 정신과 의사다. 그는 환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최선을 다해 그들의 영혼을 수선하려 한다. 자신이 경찰이라고 믿는 환자와 함께 순찰을 돌며 유대 관계를 맺거나, 정신적 문제로 다리에 통증을 느끼는 축구선수 환자에게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다른 주인공 한우주(정소민)는 10년 동안 조단역을 거쳐 이제 막 주연으로 발돋움한 뮤지컬계의 신성이자, 간헐적폭발장애와 경계성성격장애를 의심받는 인물이다. 정신과 의사인 지영원(박예진)에게 꾸준히 상담을 받고 있지만, 자신의 아픔이 생겨난 이유를 마주하는 것엔 겁을 낸다.
첫 주 방송에선 악연으로 출발한 이시준과 한우주가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한우주는 신인상 수상을 위해 올라간 뮤지컬시상식 무대에서 이시준의 환자인 차동일(김동영)에게 음주운전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다. 이후 뮤지컬계에서 퇴출 당한 한우주는 우연히 차동일의 치료 과정에 참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의사인 이시준에게 차차 마음을 연다.
초반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시청자의 눈을 끄는 것엔 성공했다. 다만 이 관심을 완전한 호평으로 바꾸기 위해선, 소재에 대한 섬세하고 사려 깊은 자세가 필수다. 향후 드라마는 크게 두 갈래로 전개될 듯 보인다. 시준에게 자신의 치료를 맡긴 우주의 치유 과정과 두 사람의 관계 변화가 한 축이고, 다양한 증상의 환자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또 다른 축이다. 이 이야기들을 우연에 기댄 사건과 사고가 아닌, 개연성 있게 풀어내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해 보인다.
■ 볼까
에피소드 위주로 전개되는 따뜻한 휴먼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에게 추천. 정신건강학과의 문 너머가 궁금하지만, 문을 열기 힘들었던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 말까
주인공이 거듭 곤경에 휩싸이는 답답한 전개를 참기 힘든 시청자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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