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경북 경주 S공고에서 3학년 학생이 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기능대회) 준비를 위해 합숙훈련을 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진상규명과 직업계고 기능반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고(故)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13일 오전 경주 S공고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현장실습피해자 가족모임, 경북노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 등 45개 단체가 참여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사망원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기능반 폐지, 직업계교육 정상화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S공고 기능반의 실체를 밝히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한 자리에 모였다”며 “이준서 학생의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수사를 촉구하며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 재발도지 않도록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어 “준서의 죽음을 자살이 아니다. 잘못된 교육제도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직업계고 학생에게 기능대회는 교육이 아닌 괴물이었다. 참가 학생들은 죽음의 메달 경쟁이라고 할 만큼 가혹한 훈련에 시달렸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8일 S공고 3학년 이준서군이 교내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휴교령이 내려진 상황이었지만 이군 등 기능반 학생들은 기능대회 훈련을 위해 합숙을 진행했다. 이군은 평소 기능대회 준비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호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능대회는 숙련 노동자의 기술적 기능 능력을 평가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취지에서 지난 1966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직업계고 학생들을 메달 경쟁으로 내몰아 학습권·건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수의 직업계고에서는 기능대회 출전을 위해 일부 학생을 선정, 기능반 훈련을 시킨다. 일부 기능반 학생들은 대회를 앞두고 2~3달가량은 수업을 듣지 못한 채 훈련에만 매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12시간 이상 훈련을 받기도 한다. 사실상 고강도의 노동이라는 성토가 나온다.
전교조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직업계고 교사 3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1.7%가 기능대회를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은 48.1%,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43.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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