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 =무려 21년이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KBS2 ‘개그콘서트’가 시청자 곁을 떠난다. 방송 중단 앞에 ‘잠시’라는 말이 붙었지만, 그 ‘잠시’가 얼마의 시간이 될지 지금은 가늠하기 힘들다. 보내기 전 ‘개그콘서트’가 남긴 기록을 살펴보고, 지금에 이르기까지를 정리했다.
■ 탄생기
출발과 동시에 전성기의 막이 올랐다. 1999년 7월18일 파일럿 프로그램 ‘일요일 밤의 열기’로 첫선을 보인 후, 같은 해 9월4일 오후 9시 정규 방송인 ‘개그콘서트’ 1회가 세상에 나왔다. 당시 대학로에서 먼저 인정받았던 코미디 공연의 코너들을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내 안방극장에 신선함을 안겼다. 프로그램은 코미디언 전유성과, 김미화, 백재현, 심현섭 등을 주축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특히 ‘사바나의 아침’ ‘스승님 스승님’ 등의 코너가 인기를 끌었다. ‘봉숭아 학당’이 ‘개그콘서트’에서 다시 시작된 것도 이때다.
■ 전성기
탄탄대로를 걸었다. 노련한 중역과 반짝이는 신예가 조화를 이뤄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였고, 관객과 시청자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절정기로 꼽히는 2003년엔 200회 특집으로 역대 최고 시청률 35.3%(8월 31일 방영분,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그해 처음 ‘KBS 연예대상’에서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받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수상했을 정도로 오랜 기간 국민 예능 자리에 있었다.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했던 코미디언 박준형과 김준호는 각각 2003년과 2013년 ‘KBS 연예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백상예술대상 예능 부문 작품상을 세 차례나 받기도 했다. 여러 수치와 기록 외에도 ‘개그콘서트’는 숱한 스타 코미디언들을 배출하고 여러 코너와 유행어를 낳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많은 시청자가 스티비 원더의 ‘파트타임 러버’(Part Time Lover) 연주를 한 주의 마무리 알람으로 여기던 시기다.
■ 쇠퇴기
2010년대 중후반부터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방송 트렌드를 따라잡는 데 실패했고 프로그램의 완성도도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과거 영광이 컸기에 예전만 못한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아쉬움은 컸다. 지난해 방송 1000회를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축하와 덕담보다 위기론에 관한 질문과 답변이 더 많이 오갔다. 코미디언들과 제작진은 침체기가 이어지는 원인을 분석하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개그콘서트’의 초창기 멤버인 전유성은 초심을 당부하며 “시청자가 재미없다고 느낀다면 없어져야한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 휴식기
결국 멈춰 섰다. 급변하는 환경에 발맞추려 노력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했고 시간대도 이동했지만, 시청률은 점차 하락했다. 가장 최근에 방송한 1046회 시청률은 2.5%에 머물렀다. KBS는 지난 14일 ‘개그콘서트’의 휴식기를 선언했다.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변신을 위해 잠시 쉬어간다는 것이다. 폐지설에 휩싸인 지 약 일주일 만의 발표였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종영이라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개그콘서트’의 출연자들은 휴식기 동안 KBS 코미디 유튜브 채널인 ‘뻔타스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간다.
inout@kukinews.com / 인포그래픽 디자인=이희정 디자이너 / 사진·자료=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