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씨가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인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이사장과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금에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25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일 기자회견 이후 두 번째다. 이씨는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윤 전 이사장이 국회의원에 나선 것을 비판하며 정의연의 회계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위안부 피해자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의연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논란은 줄어들지 않았다. 부실한 회계와 윤 전 이사장이 본인의 명의 계좌로 기부금을 받았다는 의혹, 경기 안성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고가에 매입해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이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전 이사장이 지난 19일 자신을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는 보도와 관련해 “갑자기 찾아와 놀라 넘어갈 뻔했다. 한 번 안아달라고 하기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안아줬다”며 “이걸 용서했다고 이야기해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이사장은) 30년을 함께 운동했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운동을) 팽개쳤다”며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마음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나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지난 3월30일에 윤 전 이사장에게 전화해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 한 번 와라. 안 그러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말했다”며 “윤 전 이사장은 아주 큰 소리로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다”고 질타했다.
윤 전 이사장 등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에 대해서는 “죄를 지었으면 죄를 받아야 한다. 검찰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대협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대협은 지난 90년 설립된 이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정대협은 지난 2018년 정의기억재단과 통합, 정의연을 출범했다. 이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노동인력으로 강제동원된 여자근로정신대(정신대)와 위안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를 왜 정신대 문제와 합해서 이용하느냐. 위안부와 정신대는 다르다”며 “정대협이면 정신대 문제만 다뤄야지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만두의 ‘고명’처럼 이용했느냐.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 내가 왜 팔려야 하느냐”고 이야기했다.
정대협의 모금 활동에 위안부 피해자들이 이용됐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씨는 “왜 (정대협이) 모금을 하는지도 몰랐다. 교회 등을 가도 돈을 주면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다”며 “(모금을 마친 후) ‘배가 고픈데 맛있는 거 좀 사달라’고 하니까 ‘돈 없습니다’라고 하더라”고 회고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복동씨에 대해서도 “한쪽 눈이 잘 보였다. (정대협은) 미국으로 어디로 끌고 다니면서 이용해 먹었다. 이제는 회관을 지어준다고 하더라”라며 “있을 때 잘해야지 온갖 고생을 시켰다. 병 주고 약 주냐. 위안부를 이용한 것을 절대 용서 못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는 정대협 논란과는 별개로 위안부 운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씨는 “올바른 역사를 학생에게 가르쳐서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뜻은 접지 않겠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일 양국이 친하게 지내면서 역사 공부를 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이는 학생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씨의 1차 기자회견 후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윤 전 이사장과 정의연 관계자 등을 업무상 횡령·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의연 측은 일부 회계 오류에 대해서는 인정, 사과를 약속했다. 횡령과 배임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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