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흔한 소재에 흔치 않은 로맨스를 얹었다. 맛있는 음식과 잔잔한 위로는 채널을 틀면 나오는 익숙한 소재지만, 이 드라마가 익숙한 재료에 기대 만들고자 하는 이야기의 맛은 조금 다르다. 지난 25일 첫 방송한 JTBC 새 월화극 ‘야식남녀’ 이야기다.
첫 회는 위기에 처한 두 청춘이 새로운 선택을 하는 모습을 그렸다. 아버지의 교통사고와 동업자의 잠적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해진 셰프 박진성(정일우)은 식당 단골인 방송사 PD 김아진(강지영)이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할 ‘게이 셰프’를 구한다는 말에, 일생일대의 거짓말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신선한 조합과 차분한 연출이 돋보였다. 다만 다음 회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삼각 로맨스를 어떠한 자세로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이 드라마는 극 중 등장하는 동명의 예능과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김아진이 기획한 ‘야식남녀’는 게이 셰프가 출연자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고 고민도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야식남녀’의 기획안을 확인한 예능국 본부장 차주희(김수진)는 김아진에게 이미 ‘쿡방’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그들(게이 출연자)이 시청자에게 어떻게 소비될지 생각해봤냐”고 질문한다. 아울러 “소신 없이 건드리면 이쪽저쪽에서 욕먹기 좋은 소재”라고 말한다.
이에 관해 김아진은 “욕먹을까 봐 그들을 없는 사람처럼 대하느냐”고 되묻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삶의 방식이 우리와 같다는 것을 ‘야식남녀’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답한다. 이같은 김아진의 각오는 드라마 ‘야식남녀’가 색다른 로맨스를 통해 드러내고 싶은 주제와 맞닿아 있는 듯 보인다.
작품 속에서 배우가 직접 요리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다. KBS2 예능 ‘편스토랑’에서 뛰어난 요리 솜씨를 자랑했던 배우 정일우가 셰프 역할을 맡아,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작품에 등장하는 메뉴를 자문과 함께 고민하고, 유명 셰프에게 음식을 배웠다는 정일우의 성실함이 요리 장면에서 빛난다.
5년 만에 한국 활동을 재개하는 그룹 카라 출신 배우 강지영의 연기도 합격점이다. 강지영은 계약직 차별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방송사 PD 김아진 역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그간 해외에서 꾸준히 연기 활동을 했던 강지영의 저력이 돋보인다.
디자이너 강태완을 연기하는 배우 이학주는 첫 회, 단 한 장면에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태완은 박진성, 김아진과 함께 삼각 로맨스를 펼치는 인물이다. 안정적인 연기력을 갖춘 또래 배우들의 호흡을 기대해 볼 만하다.
■ 볼까
침샘을 자극하는 ‘먹방’과 마음을 건드리는 로맨스, 청춘의 성장담을 동시에 보고 싶은 시청자에게 추천.
■ 말까
로맨스 드라마이지만 요리의 비중이 높다. 드라마에서까지 ‘쿡방’을 보고 싶지 않다면 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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