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대전 아동학대 694건 중 격리 보호 17% 그쳐
- 대전시 수년간 관련 통계-분석자료 작성조차 안 해
- 아동쉼터 관계자 “정부-지자체, 아동복지 철저히 외면 ... 중·장기 계획 갖고 추진해야"
[대전=쿠키뉴스] 최문갑 기자/유호석 객원기자 =15일 오후 5시, 대전시 서구에 자리한 A 학대피해아동쉼터. 사회복지사 5명과 심리치료사 1명 등 모두 6명의 종사자가 7명의 아동들을 돌보고 있었다. 얼핏 보면, 6명의 종사자가 7명의 아동을 돌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할 일은 의외로 많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학대 피해를 입은 만 18세 미만의 긴급 요보호 아동들에게 개별화한 상담 서비스와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의 아동들은 자칫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기 쉽다.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중복학대 등 학대피해를 입은 아동들이기 때문이다. 이 아동들을 돌보는 데는 ‘특별한’ 관심과 애정이 요구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거리가 멀다. 아동쉼터 종사자들은 나름 최선을 다 하지만 한계를 절감하기 일쑤다. 근무여건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쉼터는 생활 시설이어서 24시간 긴장 속에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근무는 격일 교대근무 형태를 띤다. 종사자들의 처우도 미약하다. 인건비라야 최저수준에 그치고 있고, 시간 외 수당도 없다. A 아동쉼터 종사자 중 80% 이상이 1년을 견디지 못하고 쉼터를 떠났다. 이러니 학대피해아동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질이 좋을 리 만무하다.
충남 천안에서 며칠 전 9살 소년이 여행용 가방에 갇혀 혼수 상태에 빠진 뒤 결국 숨진 사건은 충분히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과 분노를 샀다. 한 달 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병원 측 신고에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가정을 방문해 조사했으나 ‘가정 기능 강화’로 결론을 내고 소년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구조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경남 창녕에서도 9살 소녀가 머리가 찢어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소녀도 상습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관계기관에 두 차례 신고됐지만 후속 조치는 시원찮았다. 끔찍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2013년 울주, 2015년 부천, 2016년 평택, 2019년 인천 등지에서 거의 매년 발생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통계를 보면 2018년까지 5년간 학대로 숨진 아동은 134명이나 실제 숫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인천에서 계부의 학대로 2년 넘게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5살 아이가 집으로 돌아간 지 한 달 만에 살해됐을 때 법원, 경찰,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관련 기관들의 역할 부실 문제가 제기됐지만 반짝 그때 뿐이었다.
대전시의 경우를 보자. 지난해 대전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총 694건으로, 지속관찰(367건), 고발조치(323건), 아동과 분리(4건)등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피해아동 보호 상황을 보면 아동보호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원가정 보호가 575건으로 82.9%이고, 격리보호는 119건으로 17.1%에 그친다. 특히 격리보호건수는 학대행위자 고발조치건수의 36.8%에 불과한 실정이다. 심각한 학대행위 피해 아동 중 극히 일부만 격리 보호되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 대응체계 수준이 걸음마 단계인 셈이다. 특히 대전시는 최근 수년간 관련 통계 및 분석자료조차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 A 학대피해아동쉼터 원장은 “대부분의 정책가들은 아동과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라고 주장하지만, 아동복지는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면서 “이러다 보니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며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해야 하는 아동복지의 현실은 매우 불안전하다. 특히 긴급 요보호아동들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아동복지정책은 희망이 없으며,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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