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인턴 기자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한미 양국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며 이로 인한 양국의 관계도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방위비 분담 등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는 논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한국 측이 방위비 증액을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눈에 띄게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이고 미국 측 참모들과 한국 측 인사들에게 화가 난 표정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과 6월 방위비로 50억달러(약 6조610억원)를 거론했으며 8월에는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트럼프는 타 국가의 방위비를 근거로 들며 한국도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8월 진행된 한미연합훈련을 가리키며 “우리가 (한국의 미군기지 지원으로) 50억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서 나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국방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2.4%"라고 방위비 증액을 거듭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볼턴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두고 ‘한국의 창조물’이라 지칭해 파장이 일고 있다. 게다가 “1차 북미정상회담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라고 주장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2018년 3월 집무실에서 정 실장이 트럼프에게 김 위원장의 만나자는 초청장을 건넸고 트럼프는 순간적인 충동으로 이를 수용했다”며 “모순적이게도 정 실장은 애초에 김 위원장에게 그런 초대를 하라고 제안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스페인 춤)은 한국의 창조물”이라며 “북한이나 미국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의제와 더 관련이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턴은 “내 관점에서 보면 북한 비핵화 조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국익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정의용 실장은 회고록 내용이 상당부분 왜곡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22일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에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의 대남·대미 압박이 이어져 오며 한미 간 공조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양국 간 신뢰 및 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 실장은 “미국 정부가 (회고록 폭로 등) 위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기대한다”며 “부적절한 행위는 한미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와 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존 볼턴의 트럼프 행정부 회고록 ‘The Room Where It Happened’는 23일 미국에서 공식 출간될 예정이다.
앞서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국가기밀을 누설했고 출판에 앞선 예비 검토 과정을 마치지 않았다며 출판금지소송을 제기한 미국 법무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책은 지난 17일 사전 예약 판매를 통해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지난 주말에는 온라인으로 해적판이 풀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현재 예약 판매되고 있으며 7월8일 입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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