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최근 상장된 제약·바이오기업 SK바이오팜이 3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바이오 업종의 주가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 나스닥에서 주가가 폭등하면서 ‘천슬라’라는 호칭을 얻은 미국의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 못지 않은 주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SK바이오팜 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일양약품, 부광약품 등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코로나19 펜데믹 이전 대비 약 2배 이상 상승했다. 이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불안감과 신약 개발의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 주가와 기업의 펀더멘탈과 심각한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주가가 2배 가까이 폭등한 것은 실적이 아닌 기대심리에 따른 버블효과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유달리 바이오 업종이 증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향후 공매도가 적용될 경우에는 주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 코로나19 시대, 국내 제약바이오株 고공행진…테슬라 뺨치는 주가 급등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전지구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펜더믹(세계적 바이러스 확산) 당시 증시 폭락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코로나19 바이러스라면 반등의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는 것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항할 치료제 혹은 백신이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와 관련된 국내외 제약바이오 종목의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7월 7일 종가기준)는 75만1000원으로 코로나19가 확산했던 3월 19일 주가(36만6000원) 대비 105.19%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미국의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Vir Biotechnology)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을 위탁 생산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소식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급등했다.
이어 코로나19 관련 치료제를 개발 중인 셀트리온(120.35%), 일양약품(160.07%), 부광약품(100.29%) 등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개발한 미국의 제약사 길리어드 주가가 3월 대비 10% 미만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히려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업체인 테슬라,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의 주가가 약 3배 가까이 상승했다.
◆ 코로나19 테마 탄 바이오주 공매도 본격화 시 급락 가능성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해외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해도 고평가됐다는 평가다. 몇해 전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국내 제약바이오주 열풍에 대해 “바이오주 강세는 유독 한국에서만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주가가 오른 바이오 기업도 있지만,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로 비정상적인 고평가를 받는 곳도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미국 증시에 있는 시가총액 상위권 내 제약바이오 종목은 없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를 제외하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페이스북과 같은 기술성장주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제약바이오 열풍은 닷컴버블 시기의 IT 벤처기업의 주가 급등,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광풍 당시 주가가 급등했던 조아제약 사례와 유사하다. 조아제약은 황우석 신드롬이라는 수혜로 주가가 1년 전 대비 약 3000% 급등했다. 하지만 줄기세포 치료 논문이 ‘과학 사기극’이라고 밝혀지면서 주가는 곧바로 고꾸라졌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상승곡선을 타고 있지만 결국 실적과 무관한 테마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가 본격화 될 경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의 헤지펀드 애널리스트 제임스 임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의 헬스케어 영역 전체가 너무 비싸다. 세계 어느 다른 시장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을 보기 어렵다”며 “공매도 금지 해제 등 예상외의 일이 발생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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