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50大 그룹 총수(總帥)의 2020년 상반기 주식평가액 변동 현황 분석’에서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고 9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 집단(그룹)으로 지정한 64곳 중 총수(總帥)가 있는 50大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대상은 공식적으로 총수에서 물러난 삼성 이건희 회장과 실질적 총수격 역할을 하는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2명을 포함해 총 52명이다.
조사는 비상장사를 제외한 상장사 보통주 보유 주식 기준으로 올 1월 2일과 6월 30일 주식평가액을 산정했다. 자료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자료를 참고했고, 우선주는 조사에서 제외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52명 중 39명이 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9명의 올 초 전체 주식평가액은 57조6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말 56조5123억원보다 1조 1026억원(1.9%) 감소한 금액이다. 39명 중 13명은 주식재산이 늘었으나 26명은 거꾸로 줄었다. 주식재산이 증가한 경우보다 감소한 총수가 갑절 많았다.
1월 초 대비 6월 말에 주식평가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총수는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다. 이 기간 서 회장은 2조 7015억 원에서 5조 8458억 원으로 6개월 새 3조 1442억 원(116.4%↑) 넘게 높아졌다. 한진 조원태 회장도 1542억 원에서 3094억 원으로 100.6% 증가하며 배(倍)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도 1조 9067억 원에서 3조 3446억 원으로 1조 4300억 원(75.4%↑) 넘게 상승했다. 이외 다우키움 김익래 회장 70.3%(1208억 원→2058억 원), 두산 박정원 회장 53.3%(1670억 원→2561억 원)로 반년 새 주식재산이 절반 이상 상승했다.
반면 올 상반기에만 주식평가액이 30% 이상 쪼그라든 총수도 10명 나왔다. 이 중 한라 정몽원 회장과 OCI 이우현 회장이 36% 넘게 쪼그라졌다. 한라 정 회장은 1360억 원에서 867억 원으로 493억 원(36.3%↓) 감소했고, OCI 이 회장은 755억 원에서 481억 원으로 273억 원(36.2%↓) 하락했다.
이외 한국투자금융 김남구 회장 35.8%(7991억 원→5132억 원),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34.2%(4876억 원→3208억 원),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33.1%(4조 9975억 원→3조 3425억 원) 정도 주식재산이 증발했다.
올 6월 말 기준 주식재산이 1조 넘는 거부(巨富)는 12명으로 연초 13명보다 한 명 줄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올 초 1조 1623억 원에서 6월 말 9315억 원으로 1조 주식부자 클럽에서 빠졌다.
상반기 말 기준 주식평가액 1위는 삼성 이건희 회장으로 15조 6485억 원으로 평가됐다. 이 회장의 주식재산은 연초 17조 3800억 원보다 1조 7315억 원 정도 떨어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10% 정도 되는 주식재산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삼성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은 2위를 지켰다. 이 부회장의 주식재산은 7조 2760억 원에서 7조 2581억 원으로 178억 원(0.2%) 소폭 줄었다. 이 회장 부자(父子)의 주식 감소폭이 달라진 이유는 삼성전자 주식을 제외하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에서 주식재산이 크게 떨어진 반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에서 주식가치를 올렸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그룹 총수 주식재산 넘버3는 셀트리온 서 회장이 꿰찼다. 서정진 회장은 올 초만 하더라도 그룹 총수 주식재산 순위 6위였는데 3위로 껑충 뛰었다. 4위는 SK 최태원 회장으로 1월 초 5위에서 한 계단 전진했다. 최 회장의 주식재산은 3조 3482억 원에서 6개월 새 4284억 원(12.8%↑)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TOP 5에 이름을 올렸다. 김 의장은 올 초만 해도 그룹 총수 주식재산 순위 8위였는데 6월 말에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3위→6위,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4위→7위로 각각 세 계단 하락했다. 이중 현대차 정 회장은 3조 8629억 원에서 2조 9935억 원으로 22.5%나 하락했다.
39명의 그룹 총수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종목은 103개였고, 이중 올 1월 2일 대비 6월 30일 주가(종가 기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두산 박 회장이 보유한 ‘두산퓨얼셀’ 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종목은 1월 2일 8800원에서 6월 30일에는 3만 2400원으로 268.2%나 퀀텀점프 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106.1%), 한진칼(100.8%)도 주가가 연초 대비 배 이상 올랐다. 코오롱생명과학(78.6%), 카카오(75.4%), 두산솔루스(62.2%), 키다리스튜디오(56.2%), 다우데이타(50.3%)는 연초 대비 상반기 말에 주가가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코로나19 정국에서 그룹 총수 보유 주식 종목 중 상당수가 주가가 떨어지다 보니 하락하는 주식가치를 방어하고 보유 지분을 늘리는 기회로 삼은 경우도 생겼지만 일부는 주가 상승으로 보유 지분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도 함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소장은 “그룹 총수들의 주식평가액은 실질 거래가 있기 전까지는 장부상 금액에 불과하지만 자녀 등에게 주식을 상속하거나 주식을 처분할 경우 상속세 문제와 현금을 확보하는 중요한 자산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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