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권영세 미래통합당 의원은 경찰이 고 박 전 시장의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이 지난 8일 오후 2시28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고소장이 접수된 같은 날 오후 4시30분보다 2시간 빠른 시점이다. 권 의원은 “(피해자 측) 변호사가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팀장에게 8일 오후 2시28분 전화해 중요한 사건이니 서울청에서 조사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고 박 전 시장에게 같은 날 오후 3시쯤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들린다. 뭐 실수하신 것이 있느냐”고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에 피소 사실이 유출돼 서울시 측에서 미리 파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권 의원은 “경찰이 사안을 파악한 시간과 서울시가 파악한 시간이 일치한다”며 “유출이 경찰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후보자는 경찰에서 유출된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가정을 전제로 답변드리기 어렵지만 경찰에서 유출된 정황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면서 “모든 정황상 경찰에서 유출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고소장 접수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도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는 언급이 나왔다. 김 후보자는 “내부 규칙에 사회의 이목을 집중하는 중요 사건 등에 대해서는 발생 단계부터 보고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며 “명시적으로 외부기관 보고를 규정한 규칙은 없으나 내부 보고 사항 기준 등을 정한 범죄 수사 규칙, 치안상황실 운영 규칙을 참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출신 의원들도 “경찰 내부에서 유출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범수 미래통합당 의원은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지낸 황 의원은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다. 적어도 경찰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을 지낸 서 의원은 “청와대에서 흘러나갈 개연성이 더 많다”며 “수사라인 내지는 보고라인에서는 거의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경찰은 의혹의 키를 쥔 서울시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임 젠더특보는 같은 날 오전 3시6분 경찰에서 5시간 반가량의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인지한 경로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임 젠더특보는 성추행 의혹을 언제·어디서·누구로부터 전달받았는지, 성추행 피소 사실을 언제 처음 알았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고한석 전 비서실장도 경찰에 두 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고 전 실장은 지난 9일 오후 3시30분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고 박 전 시장이 성추행 등의 혐의로 피소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는 “언론보도가 나올 때까지 고소 접수 사실을 몰랐다”며 부인해온 기존 입장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고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인 피해자 A씨는 지난 8일 고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 박 전 시장은 지난 9일 오전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종적을 감췄다. 이후 지난 10일 오전 0시 서울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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