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2라운드 초반, T1은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보다 호전적인 팀의 강세가 뚜렷한 현 메타 속 갈피를 잡지 못했다. 중국 팀들에게 호되게 당한 ‘미드시즌컵(MSC)’ 이후 DRX와 담원, 젠지e스포츠는 발 빠르게 변화했지만 T1만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혹평이 잇따랐다.
하지만 최근 T1의 경기는 분위기가 다르다. ‘페이커’ 이상혁을 대신해 경기에 출전 중인 겁 모르는 신예를 필두로, 빠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를 제압 중이다. T1은 최근 세 경기에서 모두 2대 0 완승을 거두는 등 다시금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물론 T1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6일 설해원전을 2대 0 승리로 장식하고 만난 ‘코멧’ 임혜성 코치는 T1의 경기력에 대해 “담원, DRX, 젠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더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코치의 말처럼 이날 경기 T1의 2세트는 분명 강팀답지 못했다.
주도권을 일찌감치 잡은 데다 곳곳에서 솔로킬도 나왔고, 교전에서의 대승도 있었지만 실수가 많았다. 체급 차가 상당해 긴장이 풀렸다지만 그래도 많이들 죽었다. 2세트 종료 뒤 공개된 팀 보이스에선 “너무 많이 죽었다”며 자책하는 T1 선수들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임 코치는 “김정수 감독님이 처음 죽을 때까진 ‘죽어봐야 한다, 괜찮다’고 하다가 너무 죽으니까 ‘저건 너무한 거 아니냐. 실수가 심하다’고 하시더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다듬어야 될 부분이 많지만 과정은 긍정적이다. 솔로킬을 당하면 솔로킬로 되갚아주는 등, 리스크를 두려워 않고 지속해서 교전을 시도하는 모습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에포트’ 이상호는 이날 2세트에 대해 “공격만 계속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김 감독이 평소 T1 선수들에게 입버릇처럼 했던 주문과 궤를 같이 한다. 김 감독은 지난 달 오센과의 인터뷰에서 “종종 ‘무리수다’ ‘욕심이다’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반응을 접한다. 하지만 과감하게 하다 실패를 해야 피드백을 할 수 있고, 훗날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날 팀 보이스에 따르면 ‘테디’ 박진성 역시 “(김)창동이랑 (이)주현이가 너무 죽었다”고 지적하면서도 “많이 죽어봐야 돼”라며 격려했다. 임 코치도 “실수가 있었지만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이긴 것 같아서 괜찮았다”고 선수들을 감쌌다. 상처 없이는 변화도 없다는 것을 이젠 너무나도 잘 아는 T1이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디게, 그러나 확연히 변화하고 있는 T1이다. 여정의 끝에는 담원과 DRX가 기다리고 있다. 반드시 증명해야 되는 시험무대. T1은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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