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국내의 대표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인 아프리카TV는 e스포츠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유명하다. ‘스타크래프트 2’ 리그인 GSL을 비롯해 ASL(아프리카TV 스타리그), PKL(아프리카TV PUBG리그), 하스스톤 리그 등 다수의 리그를 자체 제작‧송출 중이고, ‘리그오브레전드(LoL)’ 게임단 등 7개 이상의 게임단을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TV는 2016년부터 매해 30% 가까이 투자금을 늘리는 등 올해도 e스포츠 업계에서 과감하고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채정원 아프리카TV 인터랙티브 콘텐츠 사업본부장이 있다. 스무 살이었던 2000년부터 프로게이머, 해설자 등으로 e스포츠 업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2015년부터는 아프리카TV에서 e스포츠 생태계 부흥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프리카TV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e스포츠를 바라보는 아프리카TV와 그의 시선을 엿봤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아프리카TV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채정원입니다.”
Q. 프로게이머와 해설 위원을 거쳐 이제는 e스포츠 관련 사업에 몸을 담고 계십니다
“프로게이머를 할 때만 해도 e스포츠 업계에서 거창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다가 온게임넷에서 해설자로 데뷔를 했고 군대를 다녀온 뒤 곰TV에 합류했어요. 당시 곰TV가 블리자드와 손을 잡고 e스포츠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는데, 대회를 기획하고 만들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2010년 8월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됐죠. GSL 리그를 운영하고 해설도 하면서 경력을 쌓다가 2015년 2월 아프리카TV가 e스포츠 사업을 크게 키워나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직을 하게 됐어요. 그 뒤로 지금까지 e스포츠, 게임과 관련된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요.”
Q. 스트리밍 플랫폼인데 게임‧e스포츠 전문 파트가 마련돼 있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아프리카TV는 ‘보는 콘텐츠’로 성장한 회사인데, 최근 가장 핫 한 ‘볼거리’가 게임과 e스포츠예요. 현재 아프리카TV의 트래픽 60~65% 정도를 게임과 e스포츠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BJ나 시청자들의 관심이 커요. 따라서 리그 개최, ‘멸망전’ 등 자체 e스포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면서 더 많은 시청자들의 유입을 이끌어 낼 필요성이 있어요.
e스포츠는 스포츠와 같으면서도 달라요. 어떤 종목을 시청하면서 즐기는 문화라는 데 공통점이 있지만, 스포츠는 자기가 직접 하려면 힘들거든요. 사람도 모아야 되고 장비도 있어야 하고… 하지만 e스포츠는 내가 보는 시청 환경이 게임 환경과 같아요. 그게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거죠.”
Q. 아프리카TV는 GSL을 비롯해 다수의 리그를 개최‧제작‧중계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는 비주류로 분류되는 리그들도 있습니다. 주력 볼거리라고 해도, 이토록 다양하게 e스포츠 대회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 어렸을 때만 해도 ‘게임을 왜 해?’, ‘그걸로 밥 먹고 살 수 있겠냐’ 이런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어요. 사내에서 게임 대회를 치르는 일이 흔할 정도로요.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고 확대시키고 싶었어요. 게임으로 성공한 BJ, 프로게이머들이 지금도 많은데, 게임으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더욱 더 많아지는 세상이요.
그런 흐름과 문화를 키워나가려면 대중적인 e스포츠 대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풀뿌리 e스포츠 대회로 시작하면 아무래도 관심도가 떨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GSL 등 프로 대회를 대들보 삼아 e스포츠의 대중화를 이뤄내고자 했죠. 프로e스포츠가 있어야 BJ들의 e스포츠, 더 나아가 대중들의 e스포츠 대회가 자리 잡히는 거니까요. 아프리카TV가 운영하는 대회들은 아프리카TV가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선물하는 무대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매출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사업적으로만 보면 분명 손해를 보고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리그, 플랫폼에서 즐기고 활동하면서 아프리카TV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어요. 보이지 않지만 매출만으로는 따지지 못하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행이 게임‧e스포츠를 향한 서수길 대표님의 관심이 매우 크세요. 덕분에 장기적으로 보고 사업을 운영 중입니다.”
Q. 그런 아프리카TV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난 대회가 ‘히오스 리바이벌’ 같아요.
“맞아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히오스)’ 리그가 사라지게 되면서 프로게이머, 해설자 등이 붕 떠버리는 상황이 왔어요. 직종이 없어졌으니까요. 무대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도 없어진 거죠. 소수였지만 히오스 리그를 좋아하는 유저들은 있었어요. 지금은 대중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잖아요. 전체적인 콘텐츠 파급력을 봤을 때 히오스 리그는 파급력이 넓지는 않지만 깊은 리그예요. 그 정도 팬심이라면 충분히 대회 재개가 가능할 것 같았죠. 인프라는 마련돼 있으니 우리가 조금만 지원하면 대회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당시 신정민 해설 위원과 대회를 기획했어요.
현실적으로 아프리카TV가 모든 e스포츠 대회를 커버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으로 ‘히오스 리바이벌’의 상금을 십시일반 마련했어요. 개인적으로 유저들의 참여가 있어야 장기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좋아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금을 직접 내 손으로 보태주고 싶다는 생각이 퍼지고 그렇게 2~3년이 지나면 팬들이 주도하는 e스포츠 리그가 만들어질 거라고 믿고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기꺼이 구매하면서 대회의 주체로서 경기를 즐기는 거죠.”
* 관련 기사= 우리가 만든 놀이터, ‘히오스 리바이벌’
(http://www.kukinews.com/newsView/kuk202001130310)
Q. 아프리카TV가 유플러스 등 케이블 채널과의 협약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이유가 있나요?
“케이블 TV라는 플랫폼은 특성상 한계를 갖고 있어요. 같은 시간에 다른 리그가 동시에 진행되면 하나 밖에 송출을 못한다는 단점이 있죠. 그래서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이 인기가 있는 건데, 한편으로는 여전히 거실 소파에 앉아 편하게 TV로 경기를 시청하고 싶은 니즈도 적지 않아요. 유플러스 등과의 협약은 그런 분들을 위한 거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TV 플랫폼에서 너도나도 인터넷 플랫폼으로 넘어오는 시기인데, 저희는 거꾸로예요.”
Q. 아프리카TV는 ‘리그오브레전드(LoL)’ 팀을 비롯해 7개 이상의 e스포츠 팀을 운영 중입니다. e스포츠 전문 기업에 버금갈 정도의 규모인데요. 이 또한 많은 리그를 개최하는 이유와 같은 맥락으로 바라보면 될까요?
“비슷해요. 저희가 집중하는 건 프로게이머들의 커리어패스(경력과 관련된 직위 및 역할 이동의 경로)예요. 프로게이머는 전성기가 짧아요. 때문에 은퇴 후 코치나 감독 등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죠. 그런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질 수 있도록 팀을 운영하고 있어요.”
Q. 아프리카TV 게임단이 고유의 ‘팜’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도 받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BJ들이 많은데, 상당수가 다른 게임단에서 활약하고 있어요.
“제가 7월 1일자로 아프리카 프릭스 게임단도 담당하게 됐어요. 가장 큰 고민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가진 인프라를 아쉽게도 잘 이용하지 못한 것 같아요. 물론 BJ를 강제적으로 우리 게임단에 귀속시킬 수는 없어요. 우리 BJ들이 DRX도 가고, T1에도 가고 그랬으면 좋겠고 또 그게 맞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선수들을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이 잘 안 된 건 아쉬움이 남아요. ‘트할’, ‘리헨즈’ 선수 다 우리 BJ 출신이예요. 2013년 아프리카TV 멸망전 보시면 ‘도파’에 ‘도인비’에 전부 다 있어요.
아프리카TV가 전국 17개 PC방에 오픈스튜디오를 갖추고 있어요. 향후 상시 아마추어 대회를 펼쳐서 거기서 잘하는 선수들을 뽑아 육성하고, 아카데미 리그에 편입시킬 계획을 갖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BJ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은 방송도 적극 지원하고요. 아마추어에서 프로까지 성장하는 일련의 성장 서사를 공유하면 팬들의 유입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내년 프랜차이즈를 도입합니다. 아프리카 프릭스도 주저없이 프랜차이즈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들었는데요.
“LCK 프랜차이즈는 e스포츠의 다음 스텝을 밟는 느낌이에요. e스포츠 시청자는 과거에도 많았고 지금도 많아요. 하지만 이런 시청자라는 수익 모델을 산업적으로 확대시키기는 힘들었어요. 가장 큰 약점이 ‘강등 시스템’이었어요. 투자한 팀이 강등당하거나 사라지면 어떻게 해야 될지, 이 부분에 대한 부담이 커서 대기업들이 투자를 꺼려했거든요.
하지만 프랜차이즈가 도입되면 그 자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생깁니다. 젊은 층들에게 어떻게 어필할까 고민했던 기존의 기업들이 비로소 e스포츠가 투자할 만한 종목이 됐다고 여길 거라는 말이죠. 리스크가 없다보니 대기업 등 기존 자본들의 관심이 커지고, 이는 자연스레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거라고 봐요. 기존의 e스포츠 운영 노하우와 자본이 합쳐지면 훨씬 발 빠른 질적 향상이 이뤄질 겁니다.
최근 LCK가 중국 프로리그(LPL)에 밀려 아쉬움이 많은데, 결국은 유망한 선수들이 많이 유출됐기 때문이거든요. 저는 여전히 한국 선수들이 잘한다고 생각해요. 코칭이나 인프라 등 한국에서 받쳐주지 못하는 것만 받쳐준다면 LCK가 다시 LPL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에 국제 리그 경쟁력까지 갖춰지면 더 많은 자본이 LCK로 몰려 올 거예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처럼 되는 거죠. 그래서 프랜차이즈는 꼭 필요합니다.”
Q. LCK 프랜차이즈 가입비가 120억원에 이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담은 없으셨나요?
“저희도 처음엔 무척 놀랐어요. 국내 게임단들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이미 알려진 대로 정말 많은 팀이 프랜차이즈를 신청했어요. 이는 달리말해 프랜차이즈에 들어가면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의미해요. 우리도 그런 쪽에서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프랜차이즈 신청서를 냈어요.”
Q. 통과할 자신은 있으신가요?
“충분히 어필했어요. 아무래도 게임 친화적인 인프라가 많으니까 잘 되지 않을까요. 하하.”
Q. 마지막으로 아프리카TV e스포츠 파트의 하반기 계획, 그리고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하반기 새롭게 출시되는 게임들이 있어요. 파트너들과 관련 콘텐츠를 잘 만들어 가는 게 하반기 계획이고요. 최종 목표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프리카TV를 놀이터로 여기게 만드는 거예요. 다소 추상적이지만 제 목표는 그래요.
사업 계획을 매해 발표하잖아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아프리카TV를 만드는 것’이라고 몇 년째 발표하고 있어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얼 해야 하느냐는 매번 바뀌지만요. 회사에서 이런 저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고 전권을 위임해주고 계세요. 저는 그 가치를 가지고 계속 나아가는 거죠. 제가 어렸을 때 게임만 한다고 너무 구박을 많이 받아서 한이 맺혔나 봐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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