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난치성 방광질환 명의 명클리닉/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쿠키뉴스] 이기수 기자 = 방광염, 과민성방광, 만성방광통증증후군(간질성 방광염) 등 방광질환은 여성들을 괴롭히는 질환이다. 질·항문·요도가 한곳에 모여 있는데다 요도가 상대적으로 짧아 여성은 남성보다 방광염에 쉽게 노출된다.
방광질환은 소변 배출(배뇨)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따르고 당사자를 우울하게 만든다. 부부생활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럽다는 이유로 배뇨기관 문제를 드러내놓고 밝히질 못해 병을 키우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방광질환 명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윤하나(사진) 교수는 지적한다.
윤 교수의 도움말로 만성방광통증증후군을 일으키는 간질성 방광염이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윤 교수는 1994년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한 뒤 모교 병원에서 인턴과 비뇨기과 레지던트(전공의) 과정을 거쳐 1999년 비뇨기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당시만 해도 비뇨기과는 여의사들에게 ‘금단의 직역’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이후 윤 교수는 국내외 학술지에 10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등 ‘비뇨의학과 여의사 및 여교수’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배뇨장애와 요실금에 관한 의학 전문서적뿐 아니라 성인과 청소년에게 올바른 성 지식을 전달하는 책도 여러 권 펴냈다.
Q. 간질성 방광염이란?
A. 간질성 방광염은 방광질환 중에서 가장 골치 아픈 질환이다. 이유 없이 방광이 헐고 찢어지며 딱딱하게 굳어 탄력성을 잃게 되는 질환이라서다. 소변이 조금만 차도 통증이 심해 20~30분마다 소변을 보기도 한다.
방광내시경으로 속을 들여다보면 방광 내 혈관이 충혈돼 있고 궤양 발생 흔적도 보인다. 심한 경우 검사를 위해 방광에 식염수를 채우면 혈관이 터져 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방광점막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만성 통증 외에도 풍선처럼 줄었다 늘어났다 하면서 소변을 채우고 비우고 해야 하는 방광이 소변 저장 및 배출 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게 된다.
Q. 일반 세균성 방광염과 어떤 차이가 있나?
A. 세균성 방광염은 급성으로 발병하며, 소변검사에서 염증 또는 세균이 검출된다. 소변을 볼 때 통증을 느끼며, 항생제 치료에도 비교적 잘 들어 1주일 정도면 대개 낫는다.
그러나 간질성 방광염은 만성 방광질환이고 소변을 볼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소변이 차면 자극을 받아 더 불편하고 통증 역시 심해진다. 방광 점막조직이 딱딱하게 굳으며 위축돼 탄력성까지 잃게 된 까닭이다. 나아가 소변검사에서도 뚜렷한 이상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항생제 치료 등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간질성 방광염은 헐은 상태에 따라 크게 궤양성(Hunner’s ulcers type)과 비궤양성(Non ulcers type), 두 종류가 있다. 방광경 검사를 해보면 궤양성은 방광벽 손상 및 방광 점막외층의 적갈색 반흔 등 손상 흔적이 나타난다. 반면 비궤양성은 이런 점막손상 흔적이 보이진 않는데, 빈뇨 급박변의 만성적인 방광통증 등 간질성 방광염 특유의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를 가리킨다.
Q. 발생빈도는? 어떤 사람들이 잘 걸리나?
A.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5~20% 정도가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약 2%는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환자 10명 중 9명은 여자이고, 특히 중년 여성에게서 흔하다. 주로 40대 이상 중년 여성에게 나타나지만, 최근 들어 20~30대 젊은 여성 환자들과, 남성 환자들도 늘고 있어 주목된다.
따라서 류머티즘처럼 자가 면역이상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스트레스, 다이어트, 내분비호르몬 불균형 등에 의해 자극을 받은 방광조직이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밖에 세균성 방광염을 자주 경험해도 만성방광통증증후군, 즉 간질성 방광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Q.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 의심할 수 있나?
A. 과거 반복적인 방광염, 요로감염 등으로 치료받은 병력이 있으나, 세균 배양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간질성 방광염을 의심해야 한다.
간질성 방광염은 방광에 소변이 찰 경우 치골 상부에 통증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소변을 볼 때 직접적인 통증은 없지만 소변이 방광에 들어차면 그때부터 통증이 발생하고 소변을 보고 난 후엔 통증이 사라진다.
간질성 방광염은 또한 일반적인 방광염보다도 훨씬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방광 용적이 크게 줄어들어서 소변을 잘 참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간질성 방광염 환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이유다. 심하면 하루 평균 16회 이상 소변을 보기도 한다.
소변을 참지 못해 화장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변을 찔끔 지리거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도 있다. 방광 내 모세혈관이 출혈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가도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좌변기에 억지로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배뇨통 외에도 아랫배나 생식기 부근이 지속적으로 아파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Q. 어떤 검사가 필요한가?
A.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력 청취, 신체검사, 소변검사 및 소변을 이용한 세균검사, 요속검사, 배뇨 후 잔뇨검사 등이 필요하다. 방광내시경검사를 시행해 방광점막 보호층에 출혈 흔적이 있는지, 상피층에 균열이 발생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문진 과정에선 비슷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신경계 질환 동반 여부를 확인한다. 특히 당뇨 합병증, 척수 손상, 뇌졸중, 치매 등 중추 신경계 퇴행성 질환에 의한 말초신경장애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어떤 치료가 필요하나?
A. 염증을 없애는 소염제와 진통제, 항생제, 방광근육이완제 등 증상에 따라 적절한 약물을 쓰면서, 헐어서 손상된 방광점막조직을 회복시키기 위해 방광점막 개선제를 먹거나 방광 안으로 직접 주입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증상이 심한 사람은 방광내시경으로 방광점막층의 궤양조직을 긁어내거나 전기 칼로 지져주고, 새 살이 잘 자라나오게 유도하는 약물을 쓰기도 한다.
Q. 방광 내 약물 주입술이란?
A. 가느다란 요도 카테터(도뇨관)를 통해 방광 안에 특정 약물을 주입해 약 2시간에 걸쳐 상처 조직으로 직접 스며들게 하는 치료법이다. 약물로 인한 전신 부작용을 줄이는 한편, 해당 약물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이점이 있다.
간질성 방광염은 방광점막과 방광근육 사이, 즉 방광점막하층에 염증이 발생, 통증을 일으키고 방광점막을 경화(硬化)시키는 병이다. 먹는 약이나 주사약 성분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약효도 기대치에 못 미치는 이유다.
방광내 약물 주입술은 약물치료의 이 같은 제약을 극복하는데 제격이다. 방광 내 염증이나 궤양 으로 생긴 상처 조직에 치료용 약물을 직접 도포함으로써 유효성분의 유실을 막고, 약효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주입술은 방광암 절제술 후 재발 방지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Q. 수술이 필요할 때도 있는가?
A. 물론이다. 약물 치료에도 효과가 없거나 급격히 방광 상태가 나빠질 경우엔 고장 난 방광 부위를 잘라내고 대신 장으로 때워주는 ‘방광확장’ 수술을 한다. 소변이 50~100㏄(정상 방광 용적 400~500㏄)만 차도 아파서 못 참으니 아예 문제가 있는 부분을 잘라내 버리고 장을 이용하여 나머지 방광 용적을 늘려주는 것이다.
방광암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인공방광대치술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치료를 하면 소변을 배뇨통 없이 참고 볼 수 있게 된다. 방광암도 아닌데, 방광을 일부 또는 전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이 필요한 병이 바로 간질성 방광염임을 알 수 있다.
Q. 환자들이 주의할 점은?
A.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알코올, 인공감미료, 카페인, 탄산음료, 감귤류의 음료, 매운 음식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소변의 농축을 막아야 한다. 가급적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방광염이 자주 생기는 사람은 치료할 때 제대로 치료받아야 한다. 방광염 증상을 사소하다 여겨 제대로 치료받지 않거나 그저 그때그때 항생제만 먹으며 버티다 급기야 만성방광통증후군, 즉 간질성 방광염 진단을 받는 이들이 많다.
간질성 방광염은 시작은 미미한데, 병의 경과와 끝이 너무나 괴롭다. 일단 1년에 2회 이상 방광염이 생기고, 방광염은 아니라는데 자꾸 아랫배가 아프고 소변이 개운하지 않다든지, 배뇨 전 요도나 하복부 부위가 아프다면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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