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솔로랭크에서 쵸비 선수를 만나면 힘들었는데 대회에서도 만나보고 싶다. 상대 약점을 잘 파악하고 라인전도 잘하는 거 같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이주현이 올 시즌 정지훈을 만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힘들었다. 갓 데뷔한 17살 신인이 꾸준히 기량을 이어가면서 선발 자리를 꿰차긴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더군다나 팀 내 경쟁 상대는 LoL e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후 이주현은 10세트 연승을 거두는 등 맹활약하며 ‘괴물 신인’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재확인시켰다. ‘동부’의 미드라이너들을 하나둘씩 쓰러트린 그는 5위 아프리카 프릭스의 베테랑 미드라이너 ‘플라이’ 송용준마저 넘어서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진정한 시험무대였던 지난 20일 담원 게이밍전에선 쓴 맛을 봤다. 리그 최고의 미드라이너로 평가받는 ‘쇼메이커’ 허수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고, 팀도 0대 2 완패했다.
기세가 꺾인 시점에서 정지훈을 만났지만 이주현은 위축되지 않았다. 1세트 ‘아칼리’를 뽑아 팀 승리에 일조했고, 2세트 교체돼 나갔다가 3세트에 돌아와 또 한 번 아칼리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날 그는 1, 3세트 모두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에 선정됐다.
1세트 숱한 교전에서 ‘황혼의 장막(W)’ 스킬을 이용해 상대 진영을 붕괴시키는 등 인상적인 플레이 메이킹 능력을 보여준 그는 3세트엔 정지훈의 필승 카드인 ‘아지르’를 맞아 맹활약을 이어갔다. 특히 막바지 위기 상황에서 상대의 집중 포격을 ‘초시계’ 아이템으로 흘려낸 뒤, 상대를 암살하고 유유히 전장을 빠져 나가는 일품 플레이를 보여줘 감탄을 자아냈다. 적어도 이날 맞대결만큼은 이주현의 판정승이었다.
이주현은 경기 종료 후 공식 인터뷰에서 “만나고 싶었던 잘하는 선수와 맞대결을 해 긴장을 했다. 붙게 돼서 영광이었다”며 정지훈에 대해 존중을 표했다. 11승11패로 팽팽한 아칼리-아지르 구도에 대해서는 “라인전에서 조금만 버티고 리볼버 정도만 사오면 아칼리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즌을 4위로 끝마친 T1은 26일부터 플레이오프 일정에 돌입한다. 결과에 따라 정지훈은 물론 허수와의 재대결도 가능해진다. 이주현은 “첫 플레이오프라 떨리긴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이겨왔던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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