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건강한 리빌딩은 내부 육성에서 비롯된다.
T1은 8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0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선발전 2차전에서 아프리카 프릭스를 3대 1로 꺾었다. 9일 젠지e스포츠만 넘으면 롤드컵 진출권을 얻는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공개된 선발 로스터에 모두가 눈을 의심했다. ‘커즈’ 문우찬, ‘테디’ 박진성 등 팀의 주축들이 빠지고 ‘엘림’ 최엘림, ‘구마유시’ 이민형 등 신예들이 투입됐다. 최엘림은 올 시즌 몇 차례 출전 경험이 있지만 이민형은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날 것의 신인이었다. 스크림 결과 등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도박수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최엘림과 이민형은 이날 선배들의 몫 그 이상을 해냈다. 신예다운 과감함과, 신예답지 않은 안정감을 앞세워 플레이오프 와일드카드전에서의 1대 2 패배를 제대로 설욕했다.
1세트 ‘자르반’을 플레이 한 최엘림은 ‘페이커’ 이상혁의 갈리오와 함께 능동적으로 경기를 설계하며 주역으로 활약했다. 3세트에는 ‘릴리아’를 꺼내 각종 교전에서 존재감을 뽐냈고, 4세트에는 ‘볼리베어’로 든든하게 앞 라인을 책임지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민형은 풍문대로였다. ‘미스틱’ 진성준이 버티는 바텀 듀오를 상대로 4세트 내내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리그의 주류 픽인 ‘케이틀린’, ‘진’으로 숙련도 높은 모습을 보여줬고, 2세트는 패하긴 했지만 ‘드레이븐’을 꺼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김정수 T1 감독은 데일리e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패기로 밀어붙이면서 과감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을 내세워서 초반 분위기 장악에 힘썼다”고 신예들을 대거 기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최엘림과 이민형은 T1 아카데미팀의 산물이다. 오래 전부터 체계적으로 운영해 온 육성군이 올해 비로소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데뷔해 주전 탑 라이너 자리를 꿰찼고, 인상적인 활약을 거듭해 ‘롤 챔피언스코리아(LCK)’ 세컨드 팀에도 뽑힌 ‘칸나’ 김창동 역시 아카데미팀 출신이다. 김창동의 깜짝 활약이 아니었다면 T1의 여정은 보다 더 험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T1의 아카데미 팀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솔로랭크 1위를 달성한 ‘버돌’ 노태윤을 비롯해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등이 호시탐탐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T1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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