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단장이었던 이철원 전 대령(예비역)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와 관련 청탁 전화를 보고 받았다는 공개 입장문을 발표했다. 추 장관 아들 의혹 관련 군 관계자가 실명으로 입장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대령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추 장관 아들의 병가 관련 예비역 카투사의 양심선언을 보며 당시 최종 지휘관으로서 침묵하기에 마음이 불편했다”면서 “현역인 부하들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지켜만 보고 있었다. 언론을 통해 일부 녹취록 등이 공개됐으나 오해의 소지가 있어 입장을 밝힌다”고 운을 뗐다.
이 대령은 추 장관의 아들 서씨 관련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대령은 “서씨가 미 신병교육대에서 교육을 받을 당시, 참모 한 명이 ‘모처에서 서씨의 용산 배치 여부를 물었는데 안 된다고 하면서 카투사 부대 분류에 대해 설명했다’는 보고를 했다”며 “다른 참모들이 있는 자리에서 일체 청탁에 휘말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우려의 말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추 장관의 남편과 시어머니 등 가족에게 청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미 신병교육 수료식에 서씨 가족들이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대장 인사말 및 부대 소개 시간에 ‘청탁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강조해 당부의 말씀을 드렸다”며 “서씨 가족에게만 한 것이 아니다. 별도로 접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령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서씨를 통역병으로 파견해달라는 청탁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는 “통역병을 선발한다는 공문이 하달되자 참모들로부터 서씨 관련해 여러 번의 청탁 전화가 오고 2사단 지역대에도 청탁 전화가 온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부하들에게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지역대별 추첨을 통해 통역병을 선발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제가 2사단 지역대에 가서 서씨를 포함한 지원자들을 모아놓고 제비뽑기로 선발했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과의 관계도 설명됐다. 앞서 군인 출신인 신 의원과 이 전 대령이 ‘특수한 관계’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 전 대령은 “신 의원과 저는 3사단장과 참모장으로 지난 2011년 1월 말부터 같은해 4월말까지 약 3개월을 같이 근무했다”며 “34년의 군 생활 중 같이 근무한 수백 명 중 한 분이다. 그 후 연락 없이 지냈고 이번 일로 거의 9년 만에 통화했다”고 해명했다.
이 전 대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제 전우들이 이런 일을 겪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이번 사건은 정파싸움이 아닌 군의 청탁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군 관련 인원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 이 사건이 정의롭고 공정하게 해결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추 장관의 아들 서씨가 군 복무 시절 특혜성 휴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추 장관 측에서 아들 서씨의 보직과 자대배치 변경을 요구하고 통역병 파견을 청탁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추 장관과 서씨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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