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서해에서 어업지도를 하는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총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것과 관련 의문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월북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유가족은 반발했다.
국방부는 24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지도관리단 해양수산서기(8급) A씨(47)는 지난 21일 인천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에서 실종됐다. 실종 당일 오전 11시30분 A씨가 보이지 않자 동료들은 인근 해상을 수색한 후 해경에 신고했다.
군은 이튿날인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 북한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실종자를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 북한군은 이날 오후 9시40분 단속정에서 상부 지시로 해상에 있는 실종자에게 총격을 가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쯤 NLL 북측 등산곶 일대에서 미상의 불빛이 관측됐다. 이는 북한이 A씨의 시신에 불을 지르며 나온 빛으로 추측된다.
정부는 A씨가 월북을 하다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과 선내에서 신발이 발견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등이다. 이후 언론을 통해 A씨의 채무 사실과 최근 이혼했다는 내용 등이 보도됐다.
다만 유가족은 “절대 월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씨의 친형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빚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은 안다. 이혼한 사실도 맞다”면서 “빚이 있다고 월북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선을 그었다.
그는 A씨의 실족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A씨의 친형은 “사고 선박에 22일 오전 10시 승선해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이 슬리퍼가 있다는 선미였다. 접안했을 때 (슬리퍼가) 묶는 줄 밑에 감춰지듯 있었다”며 “동생의 키가 180㎝ 정도 된다. 난간에 허벅지가 닿기 때문에 약간만 삐끗해도 실족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바닥이 미끄러워) 일부러 슬리퍼를 벗고 활동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류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A씨의 친형은 “그 지역은 암초도 많고 수심의 편차도 심해 조류가 상당히 세다”며 “실종 시각으로 확신하는 오전 2~3시는 조류가 (연평도에서) 강화도 방향으로 흘렀다. 연평도 사시는 분들은 당시 이 방향으로 월북을 했다고 하면 다들 웃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인들 또한 A씨에게서 극단적 선택 또는 월북 정황 등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실종자는 동료들에게 근무 평판도 괜찮았다”며 “월북 의사 여부 등과 관련한 동료들의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A씨의 SNS에서도 관련 정황은 없었다. A씨의 SNS에는 목포 미혼모 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 내용과 어업지도에 나선 모습, 가족 사진 등 평범한 가장의 일상이 게재됐다. 해경은 사고 선박에서 A씨의 소지품 등을 검사했으나 유서는 나오지 않았다.
A씨의 실종지점과 북측 해안의 최단 거리가 21㎞라는 점도 의문이다. 구명조끼와 부유물이 있더라도 해안까지 접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당시 연평도 인근 수온이 22.1도였다는 점도 자진월북 가능성을 낮게 한다. 장시간 물속에 머무를 경우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원양어선에서 일하며 수년간 바다를 접한 A씨가 무모하게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월북 시도 여부를 두고 야당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부로부터 비공개 보고를 받은 후 “월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월북에 대한 결정적 물증이 없다”며 “부유물이 준비된 것인지 바다 위에 떠 있던 것을 잡은 건지 군에서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측에 공무원 피살 관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할 의사도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북한은 반인륜적 행위에 사과하고 이런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북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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