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진수·조현지 기자 =북한의 ‘수상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체제의 막을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의 선전을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위대한 당, 위대한 인민 만세’라는 제목의 장문의 정론을 기재했다. 정론에선 김 위원장의 부재를 암시하듯 그의 9년간의 업적을 정리하고 치켜세웠다.
신문은 ‘영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영도는 북한의 지도자인 김 위원장을 뜻하는 말이다. 신문은 “인민보다 힘 있는 존재는 없다. 그러나 그 인민도 위대한 당의 영도가 없이는 역사의 전진을 떠미는 강력한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김 위원장의 존재가 북한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신문은 그간 김 위원장의 행보를 회고했다. 김 위원장이 수해지역을 직접 찾아가고 군대와 평양시민들을 살림집 건설 등에 동원해 피해복구에 총력을 다한 것을 언급하며 “인민의 안녕과 조국의 안전을 사수하는 것”이 그의 최우선 정책이었다고 서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피해 등 자연재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 올해 북한에 ‘삼중고’로 불리는 어려움이 닥친데 대해선 “몇번의 전쟁을 동시에 치를 만큼 방대한 전대미문의 도전이며 가장 혹심한 시련”이라며 “김 위원장의 헌신과 영도가 있어 밝은 미래가 보장돼 있다며 그를 믿고 따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충성을 당부했다.
이같은 정론에 북한 정보에 능통한 관계자는 “김정은의 병마 투쟁이 의심된다”고 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방역대전이라며 코로나19에 대한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김정은이 투병 중인 것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북한 특유의 홍보술”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집권 9년을 새삼스럽게 평가했다는 것도 의문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주년(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도 아닐뿐더러 글이 ‘지난 9년간 김 위원장이 인민을 위해 봉사를 했다’며 업적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논조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전담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한 것도 그의 ‘실각’를 추측케하는 요소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5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회의가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리 부위원장과 박 총참모장에게 원수 칭호에 대한 ‘공동결정서’가 전달됐다고 밝혔다.
군 통수권자인 김 위원장이 리 부위원장과 박 총참모장에게 군권을 사실상 넘겼다는 것이다. 강력한 ‘영도 유일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에서 매우 이례적인 권력 이동이 또다시 일어났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8월 김 위원장의 ‘통치 스트레스 경감’ 차원에서 김여정 제 1부부장에게 권력이 일부 이양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북한의 사진 ‘조작’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이 최근 김 위원장의 근황이라고 공개한 사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를 ‘삼중고’로 꼽는 대목에서 북한이 코로나19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5일 주재한 당 정치국회의에서도 그를 포함해 참석자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동·하복을 혼용하고 있다는 것도 북한이 과거 사진을 재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 현재까지 김 위원장의 행보로 조작이 가능한 ‘사진’만 공개됐다.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말하는 영상은 ‘건강이상설’ 제기 이후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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