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가 ‘추미애 아들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여당 의원들은 추 장관을 엄호하며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추 장관은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 피감기관장의 자격으로 출석했다. 공방의 포문은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열었다. 전 의원은 이날 추 장관의 대정부질문 발언 영상을 국정감사장에서 틀었다. 영상 속에서 추 장관은 아들의 휴가 연장 관련 보좌진에게 군부대에 전화를 걸도록 지시했느냐는 의혹에 대해 “너무 바쁜 엄마라서 (아들에게) 관심조차 못 줬다. 정권 교체와 정권 인수시기를 보냈기에 의원회관에 갈 수도 없었고 보좌진이 저를 만날 수도 없었다. 지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영상이 종료된 후, 전 의원은 추 장관에게 “서울동부지검 보도자료를 보면 (추 장관은) 보좌관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아들의 병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며 “국회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추 장관은 “거짓 진술이 아니다.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정한 청탁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보좌관에게 카톡을 남긴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며 “맥락을 보면 지시한 것이 아니라 ‘아들이랑 연락을 취해주세요’라고 되어 있다. 보좌관에게 전화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이 서씨 관련 사건에 대해 ‘군무 이탈 사건’, ‘서일병 구하기’라고 비판하자 추 장관은 “군무이탈 사건이 아니다” “군 복무를 다 이행한 사람이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도 오후 질의에서 추 장관 질타에 가세했다. 윤 의원은 “장관님이 한 거짓말은 국회 영상과 속기록에 남아 있다”면서 “저는 장관님이 쿨하게 사과할 줄 알았다. 끝까지 우기고 잘했다고 큰 소리치고 있다. 27번이나 거짓말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장관은 “27번이나 윽박을 지르신 것”이라며 “거짓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비아냥도 오갔다. 윤 의원은 “권력이 있고 힘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죄가) 덮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하자 추 장관은 “덮어달라고 한 적 없다. 덮어지기를 바라지도 않는다”라고 답했다. 윤 의원이 이어 “참 대단하다. 대단한 양반이다”라고 비판하자 추 장관도 “네. 대단합니다. 의원님도 대단하십니다”라고 맞받아쳤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을 최초 제기했던 당직사병 현모씨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현씨는 추 장관의 아들 서모씨가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자 전화를 걸어 복귀를 촉구했다고 주장해왔다. 현씨는 앞서 자신의 주장을 거짓이라고 이야기한 추 장관 등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당직사병은 일관되게 진술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장관님께서 당직사병을 국민적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사과할 의사가 없느냐”고 물었다. 추 장관은 “동부지검 수사팀에서 철저한 수사를 거쳐 실체를 규명하고 증거에 따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며 “제 아들은 규정에 따른 청원 휴가 승인 아래 수술과 치료를 받았고 군에 복귀한 뒤 만기전역을 한 병사”라고 해명했다.
“현씨의 말이 사실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물음에는 “사실로 드러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추 장관은 “현 병장은 정기 휴가를 받아 연장 중인 저희 아들을 미복귀자 탈영으로 증언했다”며 “같은 부대 소속 장교를 알아보지 못하고 외압을 목격한 것처럼 진술했다. 자신의 근무 당일 외압에 의해 휴가로 변경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모두 허위라는 것이 검찰 보도자료에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에게 일방적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대단한 유감”이라고 이야기했다.
추 장관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과도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이 현씨의 공익제보를 거짓말로 몰아갔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자 추 장관은 “당직사병이 안타까우시다면 (제보) 검증을 안 거친 의원님의 귀책도 있다. 저한테 외려 사과하셔야 한다”고 받아쳤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야당의 추 장관 아들 의혹 질문에 대해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에 이미 추 장관 아들 사건이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이 났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과 입장 상의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사건이 9월까지 넘어갔다. 그러나 수사팀이 바뀐 뒤에도 사회적 결론은 큰 차이가 없었다. 사건이 정치적 미로 속에서 헤맸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이에 동의하며 “언론이 가세하고 야당이 증폭시킨 전말을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다”며 “소설이 소설로 끝난 것이 아니라 장편 소설을 쓰려고 했구나 싶다”고 답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님들이 몇 달째 같은 이야기를 하시는데 여론 조사 결과를 좀 보라”며 “추 장관에 대한 문제제기가 국민에게 그만큼의 지지율 상실 효과를 갖고오지 않았다. 그만큼 국민들이 피곤하다는 거다. 정책 국감을 하면 국민들이 박수를 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의원 간 고성도 있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질의가 지속 되자 “몇 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며 질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장 의원은 김남국 의원을 지목하며 “추 장관 의혹에 대해 질문 중인데 너무 심하다. 말끝마다 왜 자기가 답변하느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수사 결과가 이미 다 나왔는데 왜 인정하지 않느냐”고 받아쳤다. 장 의원과 김 의원은 각각 “사과해달라” “예의를 지켜달라”며 공방을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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