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서해 북단 해상에서 어업지도를 하다가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해양경찰(해경)의 수사에 대한 불신을 표했다.
피격 사망한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는 14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해경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씨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무능한 수사당국의 갈팡질팡에 국민들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면서 “억울한 동생의 죽음에 명예는 땅에 떨어졌고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을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해경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니 더 이상 믿기가 어려워진다”며 “모든 정황을 냉철하게 판단해 조속히 종결해달라”고 이야기했다.
A씨의 인적사항을 북한이 알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업감시단이라는 공통된 임무 특성상 통성명이 오고갔을 것”이라며 “그들은 서로의 책임을 떠넘기려 했을 것이고 은폐를 위한 수단으로 그들만의 대화를 우리 첩보 당국에서 핀셋처럼 뽑아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당국은 A씨의 인적사항을 북한이 알고 있었다는 점을 월북의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이씨는 “당국이 (A씨가 해상에서 이동했다고) 발표한 38㎞는 해리로 20마일이 넘는다”며 “이 거리를 구명동의를 입고 부유물을 붙잡은 채 헤엄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경계 초소가 즐비한 상황에서 대낮에 이동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이씨는 해경청에 항의문도 전달했다. 항의문에는 ▲A씨의 동료들이 월북가능성이 없다고 말했음에도 월북으로 단정해 발표한 점 ▲슬리퍼는 안전화를 갈아신기 위해 벗어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부유물을 붙잡고 먼 거리를 북상하기 어렵다는 점 ▲조류 시뮬레이션을 믿기 어렵다는 점 등의 주장이 담겼다.
이씨는 “해경은 왜 제 동생의 명예를 망치려 하느냐”며 “일일이 모든 과정을 숨김없이 대통령과 유가족, 국민에게 말씀해달라. 동료 선원들의 진술을 공개해 대통령의 편지대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A씨의 아들은 “아버지의 명예를 지켜달라”는 취지로 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총력으로 아버지를 찾고 있다”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는 답장을 보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지도관리단 해양수산서기(8급)인 공무원 A씨는 지난달 21일 인천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에서 실종됐다. 군은 이튿날인 지난달 22일 오후 3시30분 북한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A씨를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 첩보 등에 의하면 북한군은 이날 오후 9시40분 단속정에서 상부 지시로 해상에 있는 A씨에게 총격을 가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쯤 NLL 북측 등산곶 일대에서 미상의 불빛이 관측됐다.
정부는 A씨가 월북 중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경 측은 그가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점, 이름과 나이·고향 등 신상정보를 북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던 점, 이씨가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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