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체벌’ 없는 세상, 적응할 준비 되셨나요

자녀 ‘체벌’ 없는 세상, 적응할 준비 되셨나요

기사승인 2020-10-15 06:05:01
▲그래픽=국민일보 DB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자녀의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과거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질까.

법무부는 오는 16일 민법 915조 부모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의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녀의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민법 개정안이 통과했다. 민법 915조에 명시된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삭제한 것이다. 

민법 915조는 자녀에 대한 체벌을 합법화하는 근거가 되어 왔다. 친권자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과도 충돌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부 아동학대 가해자는 민법 915조를 근거로 법정에서 ‘훈육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변명을 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충남 천안에서 동거남의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여성 A씨는 “거짓말을 하는 아이의 버릇을 고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피해 아동을 작은 여행용 가방에 넣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거나 헤어드라이어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에서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나쁜 짓을 해 훈육을 한 것이었다’는 변명을 한다. (민법 915조의) 징계권 때문에 이러한 변명이 인정되는 경우도 많았다”며 “근거 조항이 없어지니 훈육을 이유로 폭행을 하는 부분이 선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세이브더칠드런 제공 
훈육이라는 목적과 달리 체벌이 아동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만 14~18세 아동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체벌 받은 후 73.8%의 아동은 체벌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싫고 짜증난다’ 31%, ‘억울하다’ 17.4%, ‘체벌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19.8%, ‘수치스럽다’ 5.6%다.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 부모님의 말·행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58.5%가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된 이유를 묻고 더 나은 해결방법을 알려주기’라고 답했다. ‘자유시간 제한 등 잘못된 행동의 부정적인 결과 제시’가 22.1%로 그 뒤를 이었다. 비신체적 체벌과 신체적 체벌은 각각 8.5%와 1.4%에 불과했다.

해외에서는 59개국이 가정 내 자녀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1979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핀란드, 노르웨이, 독일, 브라질, 네팔 등이 체벌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일본도 지난 4월부터 체벌 금지를 명문화한 개정 아동복지법을 시행 중이다.

아동 관련 단체에서는 부모의 인식 개선과 함께 훈육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현재 부모 세대는 체벌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에서 자라났다”며 “자녀를 때리는 것 외에 다른 긍정적인 훈육 방법을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 무조건 못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자녀를 징계 대상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도록 사회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체벌 없이 훈육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 등에서도 방향성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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