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에 함께 이름 올렸었는데…쌍방 저격 나선 진중권·조정래

‘블랙리스트’에 함께 이름 올렸었는데…쌍방 저격 나선 진중권·조정래

기사승인 2020-10-15 18:05:09
▲조정래 작가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조정래 작가와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설전을 지속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나란히 이름이 게재된 바 있다.

논란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조 작가의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시작됐다. 조 작가는 이날 반일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 전 서울대학교 교수 관련 질문을 받았다. 앞서 이 전 교수는 조 작가의 저서 아리랑에서 조선인이 일본 경찰에게 총살당하는 장면에 대해 “아무리 역사소설이라고 하지만 실재한 역사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지어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작가는 “그(이영훈)는 한마디로 말하면 신종 매국노이고 민족 반역자”라며“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돼 버린다. 민족 반역자가 된다”고 답했다. 토착왜구는 흔히 한국에 있는 친일파를 뜻하는 의미도 쓰인다.

진 전 교수는 조 작가의 해당 발언을 문제 삼았다. 진 전 교수는 같은 날 SNS에 <조정래 “일본 유학 다녀오면 친일파 돼…150만 친일파 단죄해야”>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이 정도면 ‘광기’라고 해야 한다”는 글을 함께 올렸다. 이어 “대통령의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안다”며 “일본 유학하면 친일파라니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돼 민족반역자로 처단당하시겠네요”라는 글도 게재했다.

조 작가도 반박에 나섰다. 그는 지난 14일 오후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작가를 향해서 광기라고 말한다. 저는 그 사람한테 대선배”라며 “인간적으로도 그렇고 작가라는 사회적 지위로도 그렇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과도 요구했다. 조 작가는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사과하기를 요구한다”며 “만약에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을 시킨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강조했다.

언론보도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작가는 “제가 한 말은 토착왜구라고 부리는 사람들이 하는 주어부를 분명히 설정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에서는 주어부를 없애고 뒷부분만 씀으로써 제가 일본 유학 갔다 오면 친일파라고 말한 것처럼 왜곡했다”고 이야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연합뉴스
토착왜구가 주어냐 아니냐를 두고 또다시 설전이 이어졌다. 진 전 교수는 15일 자신의 SNS에 “그의 말대로 ‘토착왜구’가 문장의 주어였다고 하면 괴상한 문장이 만들어진다. 일본에 가기 전에 이미 토착왜구인데 어떻게 일본에 유학 갔다 와서 다시 친일파가 되느냐”며 “애먼 언론에 잘못을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토착왜구 표현 자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진 전 교수는 “토착왜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에 대한 문제의식은 아예 없어 보인다”며 “그게 과거에 이견을 가진 이들을 ‘빨갱이’라고 몰아서 탄압하던 독재정권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조 작가는 같은 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토착왜구라는 주어부를 빼지 않고 그대로 뒀다면 이 문장을 오해할 이유가 없다. 국어 공부한 사람은 다 알아듣는 이야기”라며 “일본 유학 갔다 와서 더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이 강화된 분들이 많다. 그분들은 토착왜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 작가와 진 전 교수는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강연이 취소되는 등 당시 각종 불이익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 이후 행보는 갈렸다. 진 전 교수는 조 전 장관 임명 등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지속했다. 반면 조 작가는 조 전 장관 지지 집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에도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문 대통령에게 “모든 성과가 이뤄진 것은 겸양과 품격이 조화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국정을 이끌어온 대통령 노고가 뒷받침됐다는 걸 우리는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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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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