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 올렸는데 악플 1000개” 죽음 부르는 ‘사이버불링’

“글 하나 올렸는데 악플 1000개” 죽음 부르는 ‘사이버불링’

기사승인 2020-11-04 06:06:01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악플 사망사건 대한 '에브리타임'과 대학의 책임 조치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사이버불링 혐오표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 대학생 A씨는 지난달 대학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타)’에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라” “말로만 죽는다고 하더니 결국 살아있네” 등의 악성 댓글(악플)이 달렸다. A씨는 ‘악플을 단 사람들을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온라인상의 괴롭힘을 뜻하는 ‘사이버불링’ 관련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년참여연대 등 25개 시민사회단체는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플과 사이버불링이 기업의 무책임한 방치와 대학 당국의 외면으로 계속돼 한 사람의 인생을 앗아갔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A씨 유가족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익명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의 탈을 쓰고 악마 같은 짓을 하도록 방치한 업체를 고발한다”며 “더 이상 에타로 인해 악플로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일이 없도록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에타는 전국 약 400개 대학 454만명의 학생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다. 같은 학교 학생끼리 커뮤니티를 이뤄 학내 게시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익명 사이트로 운영된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하지만 혐오 표현과 악플 등에 무방비하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청년참여연대가 3일 발행한 ‘에브리타임 내 혐오 표현 관련 이용자 설문과 대학 정보공개청구 결과 분석’에 따르면 응답자 325명 중 321명(79.1%)이 에타 이용 중 불쾌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익명·막말·비방(38.3%), 여성혐오 등 소수자혐오(27.4%) 등 순이다. 

▲연합뉴스 

A씨의 사례처럼 연예인 등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사이버불링으로 고통받고 있다. TV프로그램 등에 출연한 일반인이 ‘논란’이 되는 행동으로 인해 질타는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영상 캡처 등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재생산되며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비난이 방송이 끝난 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란도 일반인에 대한 사이버불링 창구가 된다. 북한에 의해 피격 사망한 공무원의 유가족은 “월북 중 사망했다”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가족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상소문’에서 “댓글로 인해 연예인이 왜 자살하는지 심경을 이해하겠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사이버불링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주류가 아닌 소수의견을 제시한 이에게도 1000여개에 가까운 악플이 달렸다. 자신의 경험담 등을 풀어낸 게시글의 작성자에게 ‘주작(조작)’이라고 공격하며 신상을 터는 일도 발생했다. 

전문가는 사이버불링 관련 장기적 해결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희정 국민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연예인에 대한 악플 등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에 대한 사이버불링이 훨씬 더 만연하다”며 “어린 아이들이 주로 게임을 하면서 사이버상 욕설이나 혐오 발언을 배우기 시작한다. 디지털리터러시 교육과 디지털 시민성 교육 등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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