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으로 인해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중개수수료 요율 개선에 대한 비판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지만, 중개사 측의 견고한 반대 입장과 이를 의식하는 각 지자체들로 인해 쉽지 않은 모양새다.
4일 KB국민은행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6069만원으로 전달(5억3677만원)보다 2390만원이나 올랐다. 이는 KB국민은행이 해당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9년 5개월 동안 가장 크게 오른 수치다.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한 새 임대차법이 본격 도입된 8월 이후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살 수 있게 됐으며, 이에 따라 전세매물이 줄었기 때문이다. 또 전월세상한제로 전셋값을 2년에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된 집주인들이 4년 치 보증금을 미리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도 오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직거래를 이용하는 사용자수가 많아지고 있다.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 ‘피터팬의좋은방구하기’에 따르면 2019년 1월 전국에서 등록된 주거용 부동산 직거래 매물은 총 2만1933건으로 2018년 동월 1만9637건보다 11.7% 증가했다. 부동산114에서는 2011년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지 6년 만인 2017년 직거래 매물 등록 누적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섰다.
업계는 전셋값이 오르면서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함께 오른 데에 따른 것이라 내다봤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의 경우 ▲1억원 이상~3억원 미만, 0.3% ▲3억원 이상~6억원 미만, 0.4% ▲6억원 이상, 0.8%를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보증금 2억원짜리 전셋집을 거래할 때는 60만원, 5억원짜리는 200만원, 9억원짜리는 최대 720만원이 된다.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직거래 이용자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여기에 최근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더욱 직거래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올초 직거래를 통해 전셋집을 구한 A씨는 “인터넷상에 부동산 직거래를 통해 사기를 당했다는 무서운 소문들이 돈다. 하지만 막상 구해보니 사전조사를 제대로만 한다면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인 건물에 빚이 없는지 등과 같은 조사를 자체적으로 몇 번만 해보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아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개수수료율에 대한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차적으로 중개사측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이 오른다고 수수료를 낮춘다고 치자”며 “그럼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수수료를 올려줄 것이냐”며 반문했다.
업계에서도 요율표 개선은 각 지자체 조례를 따르고 있는 만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장들은 다음 선거 표를 의식해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해당 지자체에 있는 중개사들이 들고 일어설 경우 연임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개사 측은 요율표를 낮추자는 것을 쟁점화하기 이전에 중개사들이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중개사들 입장에서 유일한 수익구조인 수수료를 낮추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것”이라며 “우선 중개서비스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어 중개사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테리어 업체 알선 등과 같은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 요율표 조정도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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