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파업 급한 불 껐지만…“야합 용납 못 해” 교원단체 강력 반발

돌봄 파업 급한 불 껐지만…“야합 용납 못 해” 교원단체 강력 반발

기사승인 2020-12-09 10:54:32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장이 7일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대표자와 긴급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정부가 돌봄전담사 노동조합(노조)과의 합의를 통해 돌봄교실을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 추진을 유보했다. 이와 관련 교원단체에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돌봄전담사 노조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소속 3개 노조 대표들을 만났다. 이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돌봄 운영 개선에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오는 8일과 9일 예정됐던 돌봄전담사의 파업은 유보됐다. 학비연대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오는 23일이나 24일에 다시 파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에 계류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온종일특별법)’의 입법도 미뤄진다. 

온종일특별법은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돌봄교실의 책임 주체가 불명확했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초등학교에서 돌봄을 떠맡게 된 것이다. 돌봄전담사의 파업 시, 초등교사들의 업무가 아님에도 이를 맡게 되는 일도 생겼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고 지자체장이 지역 사정에 맞게 돌봄교실을 운영하자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교원단체는 “교사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표했다. 다만 돌봄전담사들은 “처우 악화가 우려된다”며 법안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박효상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총연합회(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실천교육교사모임(실천교사) 등 교원단체는 같은 날 각각 성명을 통해 온종일특별법이 유보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전교조는 “국회 교육위원장은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고 해 온종일특별법 추진을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부의 대책은 결국 돌봄전담사의 처우개선을 넘어서지 못했다. 돌봄 문제해결의 핵심은 법적 근거도 없이 학교에 내맡겨진 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총은 “파업 위협에 떠밀려 돌봄의 지자체 이관을 팽개치는 것은 안정적인 돌봄체계 구축도, 학교 교육 정상화도 포기하는 행위”라며 “그동안 교육부, 교육감협, 교원단체, 학부모 단체 등의 수차례 협의 과정과 요구를 전부 무시한 일방적 야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교와 교원에게 또다시 책임을 전가하고 희생을 강요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육당국, 돌봄전담사 노조와 함께 ‘초등돌봄 운영 개선 협의회’에 참여했던 교사노조는 “교사의 일방적 헌신과 희생만을 강요하여 돌봄의 질적 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장관의 공식 사과가 없는 한 돌봄을 주제로 한 교육부의 그 어떤 협의기구나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다”고 못 박았다. 

실천교사도 “정부의 교육 정책이 일부 반대 세력의 힘에 의해 일관되게 추진되지 못하고 좌초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돌봄 정책은 생색은 정부가 내고 책임은 학교에서 지는 면피 행정으로 일관해 왔다. 온종일특별법안 논의를 시작하자마자 돌봄전담사 처우 개선에 집중하는 것은 또 다른 임시방편이자 현 상황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초등돌봄교실은 지난 2014년 본격 도입됐다. 그러나 전용교실 미비와 예산부족, 돌봄전담사 처우 문제 등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학교 현장에서는 돌봄전담사 관리와 예산 관리, 프로그램 운영 문제 등으로 인해 교사의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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